한국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이 상품자유화 방식에 합의함으로써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9부 능선을 넘어섰다. 사실상 FTA 협상 타결로 봐도 된다는 게 통상교섭본부의 설명이다. 특히 양측은 전체 품목의 97%를 무역자유화 대상에 넣음으로써 명실상부한 FTA의 모양새를 갖출 수 있게 됐다. 다만 아세안에서 영향력이 큰 태국이 쌀을 무역자유화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이유로 다소 반발을 보이고 있어 이 문제 해결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은 칠레와의 FTA를 발효한 데 이어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과도 FTA를 체결한 상태다. ◆쌀 마늘 고추 등은 보호 양측은 2010년까지 전체 품목의 90%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고 나머지 10% 가운데 7%도 2016년까지 관세를 0~5% 끌어내리기로 합의했다. 사실상 2016년까지 한국과 아세안은 상품분야에서 자유무역 지대가 되는 셈이다.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 됐던 초민감 품목 지정에서는 한국측 의사가 크게 반영됐다. 즉 나머지 3%(또는 200개 품목)에 대해서는 초민감 품목으로 지정해 이들 품목에는 관세를 50%로 유지하거나 현행 관세에서 20% 또는 50% 감축하는 등의 방식으로 보호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그 가운데 40개 품목은 자유화대상에서 완전 제외함으로써 쌀 마늘 고추 양파 등은 계속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 이 대목이 협상 막바지 최대 쟁점이었다고 통상본부 관계자는 전했다. 아세안 국가들도 40개 품목을 각각 지정, 국내 시장을 지킬 수 있지만 그 대상을 무역액의 3% 내에 있는 품목으로 한정해 자동차 전자제품 등은 보호할 수 없도록 했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한편 양측은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 한국산과 동일하게 원산지를 인정, 한-아세안 FTA 발효시 특혜관세를 부과하기로 합의했다. ◆향후 일정 및 전망 통상본부 관계자는 "태국이 반발하고 있다지만 FTA 자체에는 동의하고 있어 협상을 타결짓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측은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13일 FTA 기본 협정에 서명하고 내년 3월까지 구체적으로 어떤 상품을 언제, 어느 수준까지 관세를 깎을 것인지 등의 '상품협정 부속서'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부속서에 합의하면 내년 4월 상품협정에 정식 서명한 후 양측 국회 비준을 거쳐 7월 중에는 FTA 발효와 함께 관세감축이 실시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내년 말까지는 서비스 및 투자협정을 마무리지어 명실상부한 FTA의 모양새를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쿠알라룸푸르=허원순·김용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