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가 펼칠 통화정책의 DNA는 1930년대 대공황에서 나왔다.'


내년 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으로 일을 시작하는 버냉키의 소신과 정책방향을 알기 위해선 대공황을 연구해야 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버냉키의 친구이자 동료 경제학자인 마크 거트러 뉴욕대 경제학과장이 1983년 왜 대공황을 연구했느냐고 물었을 때 버냉키가 한 답변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전했다.


버냉키의 답변은 이랬다. 지질학을 연구하려면 지진을 먼저 공부해야 하듯이 경제학을 연구하려면 세계 경제사의 최대 재앙이었던 대공황을 먼저 공부하는게 순리라고.


그가 대공황 연구에서 얻은 교훈은 크게 두 가지.하나는 디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둘다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고,다른 하나는 FRB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올바른 정책을 펴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인플레이션 못지않게 심각한 디플레이션의 위험성을 대공황 연구에서 깨달았다.


아울러 "FRB가 투기억제를 위해 지난 1928년 금리인상 조치를 취한 것이 경기침체의 결정적인 악수였다"라는 밀튼 프리드먼 교수의 지적에 공감하면서 FRB의 중요성도 체득했다.


이런 교훈에서 나온 집합체가 바로 인플레이션 타기팅(물가목표관리)이다.


즉 인플레이션 타기팅은 인플레이션을 일정 수준 이하로 억제하는 효과도 있지만 FRB로 하여금 디플레이션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게 하는 보루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용인할 수 있는 최고치이자 FRB가 내부적으로 지켜야 하는 최저치라는게 버냉키의 생각이다.


특히 FRB가 잘못된 판단으로 경제를 디플레이션으로 몰아갈 경우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악을 저지르는 셈이라는게 버냉키가 대공황 연구에서 얻은 결론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