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이나 끌어오던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입지 선정작업이 지난 2일 주민투표 방식을 통해 매듭지어짐에 따라 이런 방식이 새만금간척사업 천성산터널공사 등 수년째 표류하고 있는 다른 대형 국책사업의 해결에도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이를 다른 대형 국책사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를 집중 검토키로 함에 따라 '방폐장 해법'은 어떤 형태로든 국책사업과 이른바 '주민 혐오시설'의 입지 선정 작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책사업 중단 손실 2조7000억원 현재 공사가 진척되고 있지 않거나 법원에 소송이 계류 중인 대형 국책사업은 △새만금간척사업 △천성산터널 공사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터널 공사 △경인운하 건설사업 △한탄강댐 건설사업 등 5개에 이른다. 하나같이 방폐장과 마찬가지로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 및 공공기관과 환경·시민단체 간 갈등으로 지지부진한 사업들이다. 1991년 시작된 새만금사업은 1996년 환경단체가 환경파괴를 이유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15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이 환경단체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새만금 용도부터 먼저 정하라"는 요지로 지난 1월 1심판결을 내리자,농림부가 항소해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이다. 서울고등법원은 다음 달 16일께 2심 판결을 내릴 계획이지만 최근 법원 인사로 인해 올해를 넘길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02년 착공된 천성산터널 공사는 환경단체와 더불어 종교계가 나선 갈등 사례다. 지율스님 단식을 계기로 현재 환경영향조사가 진행 중이다. 1996년 기본계획이 만들어진 경인운하 건설사업은 환경과 더불어 경제성 문제가 불거져 원점으로 되돌아간 상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책사업의 공사 중단에 따른 손실이 지난해 말 기준 2조7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방폐장 해법' 돌파구 제공하나 일단 '인센티브+주민투표' 방식의 방폐장 해법을 새만금사업 등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방폐장은 전국적 기피대상이었던 데 반해 새만금사업이나 천성산터널 공사 등은 특정지역에 국한된 문제라는 차이 때문이다. 방폐장도 지난 2003년 부안군만이 추진했을 때는 지역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쳤었다. 그렇지만 '국책사업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하게 형성되고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될 공산이 크다. 새만금사업의 주무부처인 농림부 관계자는 "주민투표로 방폐장 건설이 통과된 것이 다음 달 법원의 판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주민혐오시설은 방폐장 해법이 향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쓰레기소각장 화장터 납골당 등이 그런 경우다. '님비(NIMBY·우리집 뒷마당엔 안 돼) 현상'이 강하면 적절한 보상을 내걸고 투표에 부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궁극적으로 원자력발전소 고준위방폐장 등도 이 방식이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