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를 맞아 아시아 지역에서 국가 간 석유 밀거래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정부의 가격 통제로 유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서는 인접국으로 석유를 밀수출,거액을 챙기는 밀수조직이 우후죽순처럼 번창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정부가 인플레를 우려해 보조금을 지급,석유 가격이 주변국의 3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며 "이에 따라 내수보다는 해외 시장에서 더 큰 돈을 벌 수 있어 국영 정유업체들까지 밀수출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중국 인도네시아 등은 국내 석유 공급이 부족해 해외 수출은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중국에서 석유 밀수출이 가장 성행하는 지역은 남부 광둥성이다. 이곳에서는 월평균 1200t의 원유가 암거래상을 통해 홍콩으로 밀수출 되는 것으로 중국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특히 홍콩 태국 등에 석유를 팔면 국내 시장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어 중국석유화학(Sinopec)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 등 국영 정유업체들도 은밀하게 밀수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석유 빼돌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영 석유회사인 페르타미나의 조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전체 석유제품의 20%는 해저 파이프라인에서 절도당해 싱가포르나 동티모르 등으로 밀반출되고 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들 제품이 다시 인도네시아로 재판매 된다는 것이다. 페르타미나의 위디야 푸르나마 사장은 "회사가 구입하는 석유 중 일부가 인도네시아로부터 불법 밀반출된 것"이라고 시인했다. 석유 보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정부로서는 결국 석유 구매에 이중으로 돈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WSJ는 "유가가 저렴한 베트남 등에서는 밀수출 단속을 위해 최근 국경 경비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면서 "석유가격에 대한 정부 통제가 사라지지 않는 한 밀거래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