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7일 논란을 빚고 있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안과 관련,"정부가 한 기업을 위해 예외 규범을 만든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의 원칙과 위신을 유지해 나가고 삼성도 M&A(인수·합병) 위기에 대한 대안을 찾도록 유예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새로운 묘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중앙 언론사 경제부장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지금까지 이 문제(금산법 소급적용 배제)에 대한 삼성의 태도에 문제가 좀 있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재벌에 대한 지배구조 규제,금융자본과 산업자본에 대한 분리 등이 사회적 공론이라면 (삼성이)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맞춰가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내가 아직 명백한 무슨 대안을 가진 것은 아니다"고 말해 국회에서의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임을 덧붙였다. 최근 우리 사회 일각의 '반(反)기업 정서론'과 관련,노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에게 부패한 기업인에 대한 반감은 있어도 반기업 정서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얘기는 기업들의 방어 논리로 이해할 뿐이며 그로 인해 기업 의욕이 꺾이거나 경제가 침체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8·31 종합대책에 대해서는 "이번에 (국회에서) 관철되면 수십 년 실패했던 것을 성공시키는 결과가 돼 심하게 말하면 천지개벽하는 것"이라면서 "임기가 아직 남아 있으니까 (부동산 정책은) 마지막 '책걸이'까지 하고 나가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노 대통령은 이어 실물경제 현장을 챙기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 "시장 가서 악수 몇 번 하고 사진 찍는다고 경제가 나아지겠느냐"며 "(그런 얘기는) 무책임한 선동 정치의 표본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계와 체감경기의 괴리 현상과 관련,"재래시장은 백 번을 물어봐도 백 번 나쁜 것으로 나올 것"이라며 "체감 경기는 가는 데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내가 과거 경제위기가 아니라는 말을 했다가 공격을 많이 받았지만 그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농업,중소기업,재래시장 등은 자기 영역을 확보하지 못하는 한 항상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으므로 일상적인 위기와 총체적인 위기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세 논쟁과 관련해서는 "내수 소비가 줄 때는 국가 지출을 늘려야 하는데 세금을 깎고 국채 발행에도 반대한다면 국가 지출을 하지 말라는 얘기 아니냐"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기초연금제 도입에 대해서는 "그러자면 최소한 8조원이 들어가는데 어디에서 재원을 마련할 것이냐"고 일축했다. 기업들의 수도권 투자규제 완화 문제에 대해선 "상황을 봐 가며 하나 하나 풀어주되 전체적으로 완화하는 문제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내가 지역균형발전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지 않았으면 수도권에서 한두 곳이라도 규제 완화를 거론할 수 있었겠느냐"며 "기업들은 이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줘야 하며 마음이 급하더라도 수도권이 난개발로 흐르는 일이 없도록 기다려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우리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노 대통령은 "우리 사회는 좌파와 우파의 대립이 아니라 투쟁주의와 타협주의가 대립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논쟁은 없고 싸움만이 있으며,싸움만 있고 결론이 없는 현상을 극복해 타협주의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