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60년과 자민당 창당 50년을 결산하는 9·11 일본 총선은 집권 여당의 과반의석 확보로 귀결됐다. 이로써 우정공사 민영화를 내걸고 '중의원 해산'이란 승부수를 던졌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정치적 위상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고이즈미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변수로 여겨졌던 '397세대(70년 전후에 태어나 불황기인 90년대 대학을 나온 30대)'등 젊은층의 강력한 지지를 받아 앞으로 개혁정치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전국 5만3000여 투표장에는 아침 일찍부터 20~30대 젊은층의 투표자들이 많이 눈에 띄어 일찌감치 자민당의 승리를 예견케 했다. 젊은층의 적극적인 투표 참가로 이번 투표율은 지난 2003년 총선 때보다 5%포인트 이상 높은 65%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메이지학원대학의 가와카미 카즈히사 교수는 "개혁을 바라는 397세대의 투표 참여가 늘어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고이즈미의 향후 행보 집권 4년4개월을 넘긴 고이즈미 정권의 정책 기조는 총선 이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적으로는 우정공사 민영화와 연금개혁 등 선거 공약의 주요 정책들이 강도 높게 추진될 전망이다. 최대 현안인 우정 민영화법은 이달 22일께 열릴 특별국회에 다시 상정될 전망이다. 여당은 늦어도 10월 말까지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참의원에서도 법안통과는 확실시 된다. 지난 8월 때 반대했던 22명의 자민당 의원들 대부분이 여당이 승리할 경우 민의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법안 처리에 이어 11월 중 내각 및 당직 개편을 단행해 당정을 전면 개편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당정의 요직을 추종 세력으로 채워 내년 9월 임기까지 관료조직 및 연금 법안 등 구조 개혁 정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적으로는 종전의 보수강경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고이즈미 총리는 한국과 중국 등의 반발을 무릅쓰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할 것으로 보여 냉각기류가 다시 형성될 것으로 우려된다. ◆자민당 단독 과반에 관심 총선 이후 고이즈미의 위상이 크게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일본 정가 일각에서는 최종적인 의석수에 따라 그의 행보가 제한을 받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자민당이 단독 과반의석(241석)을 확보할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자민당이 단독 과반에 성공할 경우 고이즈미 총리는 막강한 권력을 갖고 개혁정책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 자민당 내 반대세력들은 탈당하거나 공천을 받지 못해 계파 세력이 크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이 경우 내년 9월 말까지인 고이즈미 총리의 임기 연장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2007년 여름 참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어 대중적 인기가 높은 고이즈미 총리체제를 끌고 가자는 당내 여론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자민당이 단독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할 경우 고이즈미 총리의 입지는 좁아진다. 그는 연립 여당의 과반수 의석을 선거 승리 기준으로 제시했지만 당내에서 현재 자민당 의석(212석)보다 줄어들면 사실상 '패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자민당이 과반을 못 얻고 신승할 경우 우정 민영화 법안 처리가 내년으로 넘어가고 고이즈미 총리도 내년 9월까지의 임기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그가 민영화 법안 처리 후 사퇴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경우 자민당 총재 자리를 놓고 아베 신조 자민당 간사장 대리,아소 타로 총무상,다니가키 사다카즈 재무상 등 차세대 주자 3명 간 당권 경쟁이 조기 가열될 것이란 전망이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