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비즈니스는 '터닝 포인트(전환점)'를 맞고 있다. 이 시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중국 시장은 한국에 계속 기회의 땅으로 남을지,아니면 위기의 진원지가 될지 판가름날 것이다."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업계 전문가들의 진단은 이렇게 요약된다.


한·중 수교 13주년을 맞은 지금 기존 전략으로는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새로운 비즈니스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결코 중국 사업을 포기할 때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상황은 어렵지만,위기에서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급부상하고 있는 차이나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리스크 관리 방안들을 정리한다.


◆중국 경제의 흐름을 읽어라


공급 과잉,토지 및 인력난 등 중국 비즈니스의 위험 요소는 중국 경제구조의 왜곡에서 비롯한 것이다.


지난 수년 동안 지속됐던 투자 과열이 빚은 리스크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서방 국가의 대(對)중국 무역규제로 중국의 수출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무역협회 상하이지사 송창의 지사장은 "연 9%가 넘는 중국의 화려한 경제성장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불안 요인들에 초점을 맞춰 무리한 성장 전략보다는 기존 사업을 다져 나가는 보수적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지주회사 윤여성 부장은 "중국의 올해 승용차 수요는 230만대에 달하지만 업계의 생산능력은 이미 400만대에 이른 상태"라며 "연간 20%에 달했던 고수익을 기준으로 사업전략을 짜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사업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고가 시장과 서비스 시장에서 '블루오션'을 찾아라


전문가들은 전 산업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저가 경쟁에 빠져들기보다 새로운 사업영역을 부단히 찾아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핵심은 품질과 서비스의 고급화를 중심으로 하는 '프리미엄 전략'이다.


대우인터내셔널 박근태 중국법인 대표는 "고가 시장에서 밀리면 끝이라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이 도외시한 토지 등 부동산개발,물류,금융,의료,법률 등 서비스 시장에 눈을 돌리는 것도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법무법인 대륙 상하이지사 최원탁 변호사는 "세계무역기구(WTO) 개방 일정에 따라 향후 2~3년간 중국 서비스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며 "저임 노동력을 활용한 제조·가공 중심의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물류 부동산개발 등 서비스 시장에 도전해볼 만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합법적인 비즈니스 틀을 짜라


외국 기업에 대한 중국 당국의 시각은 질적인 측면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달라지고 있다.


외자라면 무조건 받아들였던 자세에서 벗어나 선별적으로 시장 진입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자기업에 대한 각종 특혜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밀수·세금 포탈 등 불법적인 영업 관행에 대한 감시·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곧 합법적인 비즈니스의 필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종일 KOTRA 베이징무역관장은 "중국 세무당국이 탈세 단속 전문부서를 설치하면서까지 외국 기업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며 "관시(關係)를 통해 적당히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인사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라


중국 제조업 분야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인사관리다.


임금 인상,파업 등에 이어 일부 지역에서는 노동력 부족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리하게 과거의 노무·인사관리를 고집하다간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직원들에게도 비전을 제시하고,적절한 교육 혜택을 주는 등 새로운 인사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현지 업계 관계자들의 충고다.


SK중국지주회사 진우진 부장은 "현재 중국인 일반 직원은 임금 인상,고급 인력의 경우엔 인재 확보가 문제"라며 "이들을 함께 성장하고 공존해야 하는 존재로 보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시장에 '올 인'하지 마라


중국에 진출해 있는 많은 기업들이 전사적인 사업목표를 정해 놓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중국에 파견한 직원들에게 무리한 사업목표를 할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쥐어짜기식' 사업은 현지에서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본사와 중국 지사 간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합리적인 사업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또 본사와 중국지사 간 시너지 효과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지 등에 대한 중국 전략 플랜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상하이=한우덕·베이징=오광진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