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밤 강원도 동해시 육군 모부대 장병들이 민간인 복장을 한 괴한 3명에게 소총과 실탄을 빼앗기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밤 10시10분께 동해안 초소 순찰로에서 순찰중이던 장병들이 괴한들의 공격을 받고 K-1,K-2 소총 각각 1정,15발들이 탄창 2개,무전기 1대 등을 탈취당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전방에서 잇따라 터진 사건과 함께 우리 군이 총체적 위기에 빠져있다는 또 다른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지난달 13일에는 북한 인민군이 전방 3중 철책선을 뚫고 넘어와 우리 전방지역을 며칠간 배회했는데 군이 이를 까맣게 모르고 있다 주민의 신고로 뒤늦게 인민군을 체포했다. 이어 지난달 19일에는 전방소초(GP)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아까운 장병 8명이 희생되기도 했다. 야당에서 윤광웅 국방장관의 거취문제를 다시 거론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지난 7일 런던 테러사건을 계기로 각 군부대가 대테러경계강화 태세에 돌입한 가운데 터진 것이어서 그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군은 "이번 사건이 발생한 곳은 휴가철을 맞아 민간인들이 많이 다니는 해변지역"이라며 "길을 물어오는 민간인들을 의심할 수 있겠느냐"고 항변하고 있다. 또 "전방철책 등을 점검한 결과,이들 괴한이 북에서 넘어온 간첩이나 공비는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군이 민간인들에게 총기와 실탄을 빼앗긴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따라서 유사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국민들에게 재발방지를 다짐해온 군의 약속이 헛구호였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실제 2002년 2월 민간인 4명이 수도방위사령부에서 총기를 탈취하고 해병부대에서 실탄 400발을 훔친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 민간인들은 훔친 총으로 서울에서 은행강도짓까지 벌였다. 군과 경찰이 이번 사건의 범인들을 하루빨리 잡아 국민들이 또 다른 범죄의 타깃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들은 과연 군인의 총기를 탈취한 이들 괴한이 남파간첩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아야 할지 참으로 답답한 심정일 게다. 김수찬 사회부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