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돈이 넘쳐나고 있다. 각국 주요 기업들의 내부 유보자금과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액 증가 등으로 올해 전 세계 여유자금은 미국 국내총생산(GDP) 규모와 비슷한 1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대해 비즈니스위크 최신호(11일자)는 "세계적인 유동성이 지나칠 정도로 커지고 있다"면서 "이는 성장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측면도 있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할 경우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의 거품을 유발,큰 후유증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급증하는 여유 자금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개인의 저축과 기업 및 정부의 여유자금을 합한 세계 유동성이 11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 올해 세계 저축률은 각국 GDP를 합친 금액의 25%를 넘어 20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올 1분기 중 미국의 국민소득(NI) 대비 저축률은 14.7%로 집계돼 2년 전 12.8%에 비해 2%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여유자금이 늘어난 이유로는 우선 기업들의 실적 호전이 꼽힌다. 미국 기업 전체의 올해 1분기 이익을 연단위로 환산하면 무려 542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2년 전의 두 배 수준이다. 또 유가 급등으로 산유국들의 여유자금도 급증하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작년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650억달러에 달했지만 올해는 1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아랍 국가의 여유자금이 늘어나면서 주가도 강세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주가는 1년 새 105%나 급등했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주가도 같은 기간 65% 올랐다. 여기에 노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퇴직 이후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이나 유럽 국가의 근로자들이 저축을 늘리는 것도 여유자금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저축을 늘리면서 내수가 위축됐고 이는 기업들의 신규 투자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 지멘스 파이낸셜 서비스의 허버트 로네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유럽 기업들도 실적이나 현금흐름 등 모든 게 좋지만 유일한 문제는 투자를 충분히 안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산가격 거품 우려 세계적으로 여유자금이 늘어나면 이자율이 낮아지고 생산 활동이 촉진돼 삶의 질이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여유자금들은 생산적 분야로 투입되기보다는 상당부분이 펀드로 유입돼 자산 가격 상승만 부채질하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비즈니스위크는 지적했다. 특히 세계 여유자금 가운데 4분의 3이 미국으로 흘러들어오고 있지만 대부분은 미국 재정적자 보전에 쓰이거나 채권 및 부동산에 투자되고 있다. 미국 단기금리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4%대 밑으로 떨어지고(채권값 상승) 올 1분기 부동산 가격이 1년 전보다 12.5%나 급등한 것도 과도한 유동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비즈니스위크는 "소비자의 신뢰가 사라지면 넘쳐나던 유동성이 하루 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다"며 "급격한 인플레이션이나 금리상승이 일어날 경우 자산가격의 거품 붕괴로 큰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