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의 최근 상승세는 크게 세 가지 점에서 과거와 다른 패턴을 보이며 중동산 석유를 주로 수입하는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을 압박하고 있어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 첫 번째 특징은 아시아 국가들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가 특히 큰 폭으로 올라 유종 간 가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유가 지표로 사용되는 WTI(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는 작년 말 배럴당 43.4달러에서 6월27일 현재 60.5달러로 39.4% 상승했다. 반면 두바이유는 33.1달러에서 53.8달러로 무려 62.5%나 급등했다. 이 때문에 WTI와 두바이유 간 가격차도 작년 말 10.3달러에서 현재는 6.7달러로 크게 좁혀진 상태다. 세계에너지연구센터(CGES) 등 원유 전문 예측기관들에 따르면 중동 국가들의 원유 생산여건도 앞으로는 심해유전을 개발해야 할 만큼 악화될 전망이어서 두바이유 가격상승에 따른 유종 간 가격차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는 유가와 달러화가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던 과거와 달리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연초 이후 미 달러화 가치는 엔화와 유로화에 대해 각각 6.4%와 11.4% 올랐다. 올 들어 유일하게 약세를 보였던 한국 원화에 대해서도 지난 5월12일 이후 강세로 돌아선 뒤 6월27일까지 1.3% 상승했다. 요즘처럼 유가와 달러화 강세 현상이 겹치면 미국은 유가 상승에 따른 부담을 완충해 나갈 수 있지만 자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는 아시아 원유수입국들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자국 통화 기준 원유 도입 가격이 유가 상승폭보다 더 크게 올라 내수 침체는 물론 물가 불안까지 유발되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의 구자관 해외조사팀장은 "미국이 유가 상승에 대해 느긋한 자세를 보이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온건파인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통해 유가안정 노력을 크게 기울이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올 5월까지는 원화가 강세를 보여 유가 상승의 충격을 크게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5월 중순 이후 원화 가치가 약세로 돌아섬에 따라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소비재 최종가격에 그대로 전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가고 있다. 세 번째는 북반구의 원유 비수기인 여름철에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름철 유가 수준의 관건인 가솔린의 수요 초과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정유시설 부족도 쉽게 개선될 가능성이 작아 유가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경제구조 측면에서 원유 다소비형 구조가 심화된 것도 이번 유가 상승이 아시아 국가들에 특히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분석되는 요인이다. 대우증권 신후식 경제파트장은 "제1·2차 오일쇼크 이후 미국 등 선진국들은 산업 내 구조조정이 아니라 산업 간 구조조정을 추진해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을 해외로 대거 이전시켰다"며 "그 과정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원유수요 탄성치(원유수요 증가율/GDP 증가율)가 더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리먼브러더스 등 해외 예측기관들은 유가 상승 등의 영향을 반영,올해 각국 경제 전망치를 수정하면서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률을 0.4∼0.7%포인트나 낮춰 잡았다. 반면 다른 지역에 대해서는 0.1∼0.3%포인트 소폭 둔화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