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벽해(桑田碧海).서울 광진구 자양동 227의 7 일대 3만평 부지에 딱 어울리는 표현이다. 지하철 2,7호선이 만나는 서울 강북지역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이지만 3년 전만 해도 건국대 야구장으로 사용됐던 장소. 이곳엔 현재 최고 58층에 이르는 4개동의 우뚝 선 건물이 2006년 말 준공을 앞두고 거대한 골조를 드러내고 있다. 그 옆에는 또 다른 건물 4개동이 점차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이들 건물을 모두 합하면 연건평 20만평 규모로 여의도 63빌딩의 3배가 넘는다.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른 이 거대한 건물군은 모두 건국대 학교법인의 작품이다. 이른바 '스타시티 프로젝트'.건대 재단은 야구장 부지 3만평 가운데 1만8000평을 포스코건설에 4개동의 주상복합빌딩인 '더샵 스타시티'부지로 3182억원에 판 뒤 1600억원을 대학 부속병원 건설에 투입했다. 오는 10월 스타시티 맞은편 캠퍼스 내에 연면적 2만5000평(지상 13층,지하 4층) 규모의 870개 병상을 갖춘 최첨단 병원이 개원된다. 나머지 1500억원으로 잔여부지 1만2000평의 스타시티 상업지구에 직접 백화점과 멀티플렉스,할인점,실버타운 등으로 이뤄진 건물 4개동을 짓고 있다. 건대 학생과 교수 등 구성원들이 '건국 르네상스'라고 일컬을 만하다. "최고 대학을 향한 대학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경쟁의 요체는 자금력입니다. 대학사회에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해 재정만큼은 하버드대에 부럽지 않게 해놓을 작정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김경희 건대 재단 이사장의 다짐이다. 재산이 226억달러(약 22조8000억원)에 이르는 세계 최고의 부자대학인 하버드도 재산의 10% 이상을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사실 '스타시티 프로젝트'는 이미 1980년대 초부터 건국대 내부에서 계속 구상돼 왔다. 그러나 누구도 이 일을 책임지고 하려 하지 않았다. 김 이사장은 2001년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뒤 교육용 토지를 수익용 토지로 지목을 변경하는 데 성공했다. 이 사업이 마무리되는 2008년부터는 임대수입 등으로 매년 300억원 이상이 재단에 유입된다. 건대는 이를 바탕으로 2011년까지 5대 사학,2015년까지 3대 사학이 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발표한 상태다. 김 이사장은 "안정적인 예산을 확보할 수 있게 되면 대학 운영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이 이런 대역사를 시작한 계기는 학교 발전에 대한 의지도 컸지만 서울대 의대 출신 의사로 건국대를 설립한 시아버지 상허 유석창 박사의 유지를 받들겠다는 뜻도 있었다. 2001년 재단을 책임지게 된 뒤 직면했던 가장 큰 고민은 충주캠퍼스 의대 학생과 학부모의 시위 문제였다. 이들은 열악한 교육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수년째 약속해온 병원을 지어달라고 요구했다. 투자할 돈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일부 교수들은 "차라리 의대를 다른 대학에 팔아버리자"고 말할 정도였다. "말이 되나요. 눈물이 나더군요. 우수한 애들을 받아 제대로 된 교육시설 없이 '꼴찌 의사'를 만들어 내면서 어쩌면 저렇게 무책임한 이야기를 할까… 너무 슬펐습니다." 그렇다고 그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며칠 간 고민끝에 학교가 살려면 의대가 살아야 하고 그러려면 병원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산도 없이 우선 병원 설계부터 들어갔죠.아무리 봐도 병원 설립 자금을 염출할 방법은 야구장 개발밖에는 없더군요." 인허가를 위해 김 이사장이 직접 만난 사람만 구청의 말단 공무원부터 고건,이명박 시장까지 수백명에 달한다. 특히 학교용지를 수익성 용지로 전환하면서 불법 로비 모함을 받아 검찰,경찰에 불려다니고 압수수색까지 당했다. "죽을 각오로 일했습니다. 생전 처음 검찰에도 불려가고 많이 울기도 했습니다. 더 오기가 났습니다." 맨주먹으로 시작한 뒤 20개월간의 강행군 끝에 2003년 상반기 스타시티 건축허가와 분양승인을 얻어냈다. "스타시티 개발 이후 학교에 이미 240억원을 지원했습니다. 앞으로도 매년 최소 200억원씩은 줄 생각입니다. 돈은 역시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벌써부터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요. 한때 캠퍼스를 지배했던 패배주의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선순환이 시작된 셈이지요. 100억원 이상의 여유자금은 또 다른 개발투자에 쓸 작정입니다." 김 이사장은 원래 부동산 등 재테크에 밝은 사람이 아니다. 김 이사장은 "스타시티 개발 전까지 아파트 분양에 청약한 적도 없었을 정도로 재테크엔 문외한"이라며 "최초로 2003년에 스타시티에 청약했지만 떨어졌다"며 웃었다. 그는 건평 50평 규모의 서울 종로구 가회동 한옥에서 36년째 살고 있다. 그렇지만 학교와 관련된 사업에서는 어떤 기업의 최고경영자보다도 의욕적이다. 투자방향은 부동산 개발에 집중돼 있다. 건대는 대학의 전신이었던 조선정치학관이 있던 서울 종로구 낙원동의 1400평 부지에 대규모 빌딩을 올려 공연장 등 문화사업이나 평생교육원,대학원 등으로 쓸 계획이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60만평 목장 부지는 수익성 있는 대규모 문화 레저시설로 개발할 구상이다. 지난해 100억원에 사들인 충주시 가금면 30만평도 파주처럼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세운 상태다. "대학이 명문이 되려면 3가지가 중요합니다. 우선 재단이 튼튼해야 하고 좋은 교수를 영입해야 하며 좋은 학생을 뽑는 것입니다. 좋은 졸업생이 생기면 사회에 가서 훌륭한 일을 하겠지요. 제일 기초가 되는 재단을 안정적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이제 제대로만 운영을 하면 명문대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일류 교수를 꾸준히 영입해 최고의 명문 사립대학을 만들겠습니다." 이사장 집무실이 있는 본관에서 본 건국대 캠퍼스 곳곳에선 망치질 소리가 요란했다. 병원에 이어 제2학생회관,산학협동관 등 최신 교육 시설들이 올라가고 있었다. 2006년까지 상허연구관 외 6동,2008년까지 인문사범관 외 3동이 지어진다. 2003년 102명,2004년 110명의 새 교수를 임용하는 등 우수한 교원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6년에는 교수 확보율이 국내 대학 최고 수준인 80%까지 높아진다. 김 이사장의 말대로 스타시티 프로젝트로 인한 물적,인적 투자의 선순환 효과가 기대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 [ 김경희 이사장은 ] 1948.2 서울 출생 1966.2 진명여자고등학교 졸업 1970.2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과 졸업 1983.6 오티스 파슨스(OTIS PARSONS ART INSTITUTE of L.A) 서양화과 수료 1985.6 LA시립대(City University of Los Angeles) 대학원 졸업(서양학과 석사) 1994.10 학교법인 건국대학교 이사 취임 2000.12 학교법인 건국대학교 상임이사 취임 2001.1∼ 학교법인 건국대학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