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8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캠퍼스에 1만여명의 동문이 몰려들었다. 1996년 이후 8년만에 열린 '성균인의 날' 행사.학교의 발전상에 감동한 재미교포 기업인 서병인(화학55)동문이 1백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이날 동문들은 흔쾌히 53억원이란 거액을 발전기금으로 내놓았다. 모교가 지난 2003년 SCI(과학기술논문색인수)기준으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 이어 국내 4위,세계 2백28위에 랭크되는 등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낸데 대한 보답이었다. 8년전 1백편에도 못미쳤던 SCI급 논문이 지난2003년 10배이상인 1천18편으로 급증했다. 이처럼 급성장하고 있는 성대의 중심에는 서정돈 총장(62)이 있다. 지난 96년 삼성그룹이 재단을 인수하면서 설립한 의과대학 초대 학장으로 서울대에서 스카우트돼 온 그는 2003년 2월 총장이 됐다. 신설 의대를 몇년만에 국내 정상으로 끌어올린 리더십을 인정받아서다. 총장이 된 그는 1년간의 연구를 거쳐 지난해 2월 장기발전계획 '2010+'를 내놓고 개혁의 고삐를 죄고 있다. 서 총장은 "지난 8년간 일궈낸 비약적인 발전을 밑거름으로 오는 2010년엔 세계 1백위권에 진입하겠다"고 당당히 밝힌다. 구호만 거창한 게 아니다. 구체적인 발전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동아시아학(동아시아학술원) △미국 MIT와 제휴해 만든 경영대학원 석사과정(SKK GSB·Graduate School of Business) △나노연구(나노과학기술원) △학부대학 등 4개 분야를 집중 육성해 우위를 확보한 후 그 효과를 전체 대학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것. 이를 위해 서 총장 본인이 직접 뛴다. 경영대학원(SKK GSB) 원장으로 세계적 경영학자 로버트 클렘코스키 석좌교수(미국 인디애나대학)를 초빙하기 위해 집을 찾아가 "한국 경영학의 '히딩크'가 돼 달라"고 설득한 '삼고초려'일화는 유명하다. 이달 설립된 나노과학기술원 초대원장으로 초빙한 일본 메이조대학 이지마 스미오 교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서 총장이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우수 교수'의 확보다. 공을 들인 만큼 교수에 대한 평가도 엄격하다. 현재 성대의 교수 승진 탈락률은 50%를 웃돌며 교수가 2번 이상 승진을 못하면 임용이 취소된다. 2학기부터는 정년이 보장되는 정교수도 일정 논문수를 못 채우면 연봉을 동결한다. 실제 교수사회에서 "힘들어 죽겠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올 만큼 정신없이 몰아붙이고 있는 것. 서 총장은 "가장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면서도 가장 바꾸기 어려웠던 것이 교수 철밥통"이라며 "교수 사회에도 경쟁을 도입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정년보장 비율을 70%까지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하버드대는 교수의 정년보장 비율이 30∼40%대지만 서울대는 95%에 이른다. 교수뿐만 아니다. '지금보다 2배이상 공부하자'는 모토 아래 학생들을 몰아붙이고 있다. 이번 학기부터 △1강좌당 표준학습량(주당3시간) 부과 △재수강제 폐지 △학사경고 강화 등을 통해 모든 학생이 하루 8시간 이상 공부하도록 요구한다. 대학행정에도 기업경영방식이 도입됐다. 서 총장은 "목표관리제(MBO)를 통해 성과에 따라 예산을 배정하고 ERP(전사적자원관리)로 원가를 계산한다"며 "이를 통해 효율적으로 투자해 학교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총장은 총장의 역할에 대해 "대학이 발전하려면 어느 정도 독재가 필요하다"며 "적당주의에 빠져 총장이 학내 반발이 예상되는 구조조정(M&A)이나 개혁을 게을리한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개혁'은 서 총장의 삶의 방식이다. 그는 내과 레지던트를 하던 70년 연세대에서 경영학석사를 받기도 했으며 지난 80년대 서울 의대에서 강의할 때는 '의학 교육방식의 개혁'에 앞장서 교수 모임을 조직하고 '전달식'이 아닌 '문제중심 토론식'으로 강의를 하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그의 '독재'에도 불만은 많지 않다. 구성원 모두가 개혁의 필요성을 공감토록 하는 서 총장의 뛰어난 리더십 덕분이다. 대학때 제자로 서 총장에게 배우고 성대 의대에서 교수로 3년간 같이 일했던 서울대 의대 김성준 교수(38)는 "서 총장은 서울의대 교무부학장 때부터 교수이면서도 행정의 맥을 꿰뚫고 있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행정에 밝아 일찌감치 학장감으로 꼽혔었다"며 "성대 의대 학장 시절에는 강력한 리더십과 함께 아랫사람을 챙기는 자상함을 갖춰 평이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순환기계 전문의였던 서 총장이 성대와 인연을 맺은 것은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의 건강을 돌보던 인연도 있지만 이같은 리더십과 행정능력이 뒷받침됐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