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 환자가 마라톤을 통해 사회에 적응해 가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다룬 영화 '말아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자폐증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 영화 상영을 계기로 자폐증 환자를 전염병 환자처럼 여겨왔던 시각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자폐증 환자를 돌보기 위해선 부모를 비롯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치러야 한다.


어렵사리 자폐증에서 회복된다 하더라도 사회에 진출하기 까지는 넘어야 할 산들이 수없이 많다.


말아톤은 자폐증 환자의 홀로서기와 더불어 사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현대 의술로도 아직은 완치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말아톤은 희망을 버리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제2, 제3의 말아톤 주인공이 잇따라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자폐증에 대해 알아본다.


◆생후 36개월 이전에 발병


자폐증은 발달장애의 대표적인 질환이다.


다른 사람과 상호관계가 형성되지 않고 정서적인 유대감도 일어나지 않는 아동기 증후군(syndrome)으로 '자신의 세계에 갇혀 지내는 상태에서 지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자폐증이다.


자폐증 환자들은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고,언어와 의사 소통에 장애가 있으며 특이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 특징이다.


12세 이하 아동의 경우 1만명당 2∼5명(유병률 0.02∼0.05%)이 자폐증을 앓는다.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다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전형적인 자폐적 장애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자폐적인 경향이 있으며,심한 정신지체를 동반하는 아동들을 포함시키면 유병률이 0.2%로 높아진다.


대부분 생후 36개월 이전에 발병한다.


남자 아이의 경우 여자에 비해 3∼5배 정도 더 잘 발병하며 여자 아이는 남자에 비해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드물지만 독립적인 생활도 가능


자폐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아직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 기능 발달의 결함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사회성 발달과 언어 발달을 관장하는 뇌 영역의 발달 정체가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자폐증은 거의 일생 동안 장애가 지속된다.


3분의 2 정도는 평생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거나 수용시설에서 지내야 한다.


5∼20%는 어느 정도 호전이 되지만 역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독립적으로 생활하기 어렵다.


전체의 1∼2% 정도가 스스로 직장을 얻어 독립적으로 생활이 가능한 것으로 학계에 보고돼 있다.


청소년기에 증상이 개선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심해지는 경우도 나타난다.


자위를 자주 하고,성기를 노출시키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하거나 공격적 또는 충동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가벼운 자폐증 환자의 경우 친구를 사귀고 싶어도 친구관계를 형성하지 못해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청소년기에 경련 발작이 새롭게 나타나거나 더 악화될 수도 있다.


지능(IQ)이 70 이상인 경우,5∼7세에 어느 정도 대화가 가능할 만큼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경우,가족의 협조가 원만한 경우,경련성 질환이 동반되지 않은 경우 등은 비교적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조기에 치료해야 효과


대개 가벼운 자폐장애는 적극적인 1 대 1 언어치료와 특수교육,사회성 증진 치료로 증상이 크게 호전된다.


독립된 사회생활을 잘 해내기도 한다.


하지만 심각한 자폐장애를 가진 사람의 경우에는 거의 독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며 지속적으로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자폐장애'라는 진단만 듣고 미리 실망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


자폐를 극복한 사례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 동물학과의 탬플 그랜딘 교수가 대표적 사례다.


그는 자서전에서 자신이 자폐장애로 진단받고 치료받은 뒤 사회생활을 잘 해내고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려 화제에 올랐다.


물론 그랜딘 교수의 경우 심각한 자폐장애는 아니었지만 자폐아를 둔 부모들에게 희망을 주는 소식임에 틀림없다.


자폐 아동들은 대개 발달장애와 행동상 문제를 보인다.


따라서 체계화된 특수교육과 행동수정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이런 특수교육과 행동수정 치료는 다른 장애 아동들에 대한 교육보다 '좀 더 초기에,지속적으로,강하게' 이뤄져야 한다.


행동상의 문제가 행동 수정만으로 조절이 잘 안될 때에는 약물도 투여한다.


과잉운동,공격적인 행동,자해,분노 및 발작 등이 있는 경우다.


경련성 질환이 동반되면 항경련제를 반드시 투여해야 한다.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경련 자체가 뇌 발달에 장애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부모도 교육을 받는 게 좋다.


우선 심각한 장애가 자녀에게 있다 하더라도 부모들이 불필요한 죄의식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폐증은 부모 잘못으로 생기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질병의 특성을 부모가 제대로 알아 집안 내에서 어떻게 자폐아동을 다룰 것인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심각한 장애아를 둔 부모들의 경우 정상적인 아동을 소홀히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함께 자라는 정상적인 형제나 자매가 잘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일 자체가 중요한 치료 과정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자폐증 환자의 증상은 성인까지 지속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거시설 및 교육에 대한 장기 대책도 세워두는 게 좋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


도움말=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조수철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