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증권 스몰캡팀의 박정근 팀장은 요즘 하루 24시간이 너무 짧다. 그동안 문턱이 높았던 국내외 기관투자가들로부터 "괜찮은 중소형 종목을 골라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어서다. 박 팀장은 "올들어 1주일에 2~3번 정도 기관을 방문하고 있다"며 "이는 불과 2~3개월 전만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과거에는 중소형주에 대해 문의하는 기관은 소형 투자자문사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대형 투신사는 물론 외국인들도 적지 않다고 그는 귀띔했다. 비단 동원증권만이 아니다. 거의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유망 중소형주 발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국내외 기관들까지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증권사마다 유망 중소형주 '매수' 추천이 잇따르는가 하면 기업탐방도 부쩍 늘고 있다. 중소형 기업만 찾아다니는 전담 직원을 늘리는 증권사도 생기고 있다. 실제 동원증권은 최근 스몰캡팀 소속 애널리스트를 4명에서 5명으로 보강했다. 이 증권사 박 팀장은 "기관 대상 영업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탐방 대상도 확대하는 추세다. 현대증권 전진오 스몰캡팀 팀장은 "예전엔 중소형주라고 해도 ROE(자기자본영업이익률) 20% 이상,시가총액 5백억원 이상은 돼야 분석했다"며 "하지만 요즘은 우량 업체는 모두 탐방 대상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는 3월부터는 중소형주만 다루는 분석자료집을 매달 정기적으로 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삼성 한화 신영증권 등도 투자전략팀이나 리서치센터의 업종별 조직을 총가동,'알짜' 중소형주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도 중소형주 탐방과 추천을 독려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아제강(삼성증권) 대양금속(한화증권) 건설화학(신영증권) 등이 이들 증권사의 대표적인 중소형 발굴 종목들이다. 특히 이들 종목은 추천 리포트가 나온 이후 대부분 주가가 급등했다. 키움닷컴증권도 이날 대한유화 휴스틸 동원개발 동양고속 제일약품 동국산업 벽산건설 롯데삼강 아세아시멘트 동원F&B 등 10개 종목을 중소형 가치주로 선정,발표했다. 외국계 기관들 사이에서도 중소형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 송준덕 스몰캡팀 팀장은 "최근 중소형주가 뛰면서 단기 차익을 노리는 외국계 헤지펀드도 중소형주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중소형주가 이처럼 주목받는 것은 무엇보다 올 들어 주가 상승률이 대형주를 앞지르기 때문이다. 실제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소형주는 22.73%,중형주는 15.43% 상승해 대형주 상승률(6.82%)보다 2∼3배 높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들이 대형주를 들고 있다 수익률이 뒤처지자 뒤늦게 중소형주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 대상 영업을 강화하려는 증권사들의 영업전략과도 무관치 않다. 현대증권 전 팀장은 "영업지점에서 개인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길 만한 중소형주를 추천해 달라는 의뢰가 크게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