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노사정위 복귀가 조직 내 폭력사태로 번지면서 무산됨에 따라 민주노총 계파간 역학구도에 대해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현재 온건세력인 국민파와 최대 강경노선을 견지하는 현장파,중도좌파성향의 중앙파 등 3개 계파로 세력이 분할돼 있다. 국민파 중앙파 현장파 간 세력비율은 4:4:2정도로 추산된다. 그러나 조직내 세력에 변화가 일면서 최근에는 국민파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수호 위원장 등 현 집행부는 온건·실리주의 노선을 표방하는 국민파들로 주로 구성돼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1월 위원장 선거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개혁을 이루겠다는 선거공약을 내세워 현장파와 중앙파가 연합해 출마한 유덕상 후보(현장파)를 꺾고 당선됐다. 득표수는 4백77표로 유 후보의 3백71표에 1백여표 앞섰다. 그만큼 민주노총 내 온건세력이 많다는 증거다. 권영길 초대위원장이 국민파로 활동했었다. 산별조직으로 보면 이수호 위원장의 친정인 전교조를 비롯 사무노련,보건의료노조,택시노련 등에 국민파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강성세력으로 분류된 중앙파와 현장파의 경우 수적으로는 국민파에 다소 뒤지지만 연합할 경우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특히 조직 내 목소리가 크기 때문에 대의원대회 등에서의 영향력은 국민파를 앞서고 있다. 이번 노·사·정 대화 참여 무산도 결국은 강경파들의 돌출행동으로 빚어진 것이다. 중앙파에는 민주노동당의 단병호,심상정 의원과 문성현 전 금속연맹 위원장 등이 활동했었고 금속연맹,공공연맹 등에서 일정비율의 지분을 갖고 있다. 성향으로는 중도좌파로 80년대 운동권의 PD(민중민주) 계열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역시 PD노선을 토대로 한 현장파는 성향으로는 중앙파보다 더욱 강경투쟁을 지향하고 있다. 노동운동을 대화와 타협보다는 투쟁으로만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노사안정은 염두에 두지 않는 세력이다. 이갑용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 대기업 공장의 현장조직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계파가 분할되다 보니 투쟁중심의 강성을 띠지 않으면 조직을 이끌어가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단병호 의원이 민주노총위원장 시절 툭하면 길거리투쟁을 벌인 것도 결국 현장파 등 강경파들의 '조직흔들기'를 견디지 못한 때문으로 노동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수호 위원장이 조직을 장악하지 못하는 이유도 대화와 타협을 내세우다 보니 투쟁위주의 강경파들로부터 반발을 사기 때문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