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의 투자이익 극대화 수법이 갈수록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삼성물산의 M&A 가능성을 부각시킨뒤 주식을 처분한 헤르메스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경영권을 위협하며 우선주 소각 등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는가 하면 내부정보를 이용해 모럴 해저드(도덕적해이) 논란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외국자본의 '투기적 행태'는 지금까지 제대로 처벌된 적이 없을 정도로 사실상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국내기업에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면서 외국자본의 경영간섭이나 주가 띄우기는 눈감아 준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 외국자본의 '이익 챙기기'는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영국계 TCI펀드의 경우 KT&G에 대해 "우선주 전량 소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경영진 교체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회사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TCI펀드의 KT&G 지분은 4%대에 불과하다. 소버린자산운용도 지분보유 목적을 '수익창출'이라고 공시해놓고 최태원 회장의 이사직 정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적 투자기관인 캐피털그룹도 삼성전자에 대해 "미국으로 본사를 이전해야 한다"고 요구,회사측을 당혹스럽게 했다. 헤르메스자산운용은 올초 한솔제지의 우선주 유상감자를 요구,이를 관철시켰다. SK㈜가 우선주 소각을 검토하고 나선 것도 외국계 주주들의 강력한 요구 때문이다. 이밖에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동아건설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앞세워 채권 입찰 등에 참여,내부정보를 이용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겉으로는 경영 투명성이나 선진투자기법을 내세우면서 뒤로는 경영간섭을 무기로 시세차익을 극대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국내 증시의 외국인 비중이 가뜩이나 높은 점을 감안할 때 외국자본의 투기적 행태에 대해 감독당국이 보다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