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기업들의 3/4분기 실적이 발표 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이익도 크게 늘고 이익률도 두 자리 수대에 이르러 3분기까지는 양호한 실적을 보이고 있지만,이익증가율은 감소하는 추셉니다. 더욱이 부채비율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하는데요.반드시 기뻐할 만한 일은 아닌 듯합니다.취재 기자와 자세한 내용을 살펴봅니다. (앵커) 먼저 이번 실적 전체적으로 한번 정리해 볼까요? (기자) 12월 결산 544개 상장사의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39조 천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78.8% 증가한 규모고요.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33조 9천7백억원 그리고 46조 9천9백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11% 그리고 56.75% 늘었습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분기까지 계속 양호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다만, 전기 기준으로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줄고 있어 환율 급등 등 최근 경제 여건 변화와 맞물려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10.83%로 나타나 지난 분기 11%에 이어 계속 두자리 수대를 유지했는데요. 외환위기 이전에는 1,000원 어치 팔아서 50원도 못 남긴다고 했던 적이 있었는데 수익성이 훨씬 양호해진 편입니다. 이와 함께, 제조업 전체의 부채비율이 92.92%로 하락하면서 사상 처음 100% 대 밑으로 내려왔습니다. (앵커) 부채 비율이 사상 최저 수준이다… 과거 2,3백%가 예사였던 경우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낳게 하는군요. 하지만 부채비율이 이렇게 낮다는 것은 기업들이 그만큼 투자를 안 한다는 뜻 아닌가요? (기자) 부채비율이 크게 개선된 것은 기업들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지속되고 있는 탓이 큰 듯합니다. 출자전환 등으로 기존 부채를 자본으로 바꾼 경우도 많고요. 최근 들어 회사채 순발행액이 갈수록 줄어드는 등 차입금 축소 노력이 잇따르면서 갈수록 부채를 축소하는 경향이 늘고 있는 데서 원인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연말과 비교해 부채비율이 크게 줄어든 상위 기업을 살펴 보면,삼양식품수산중공업, 흥창, 드림랜드, 흥아해운, 영진약품, 경남모직, 대한해운 등을 꼽을 수 있는데요.대부분 재무 구조 개선의 결괍니다. 부채비율이 낮기 때문에 투자가 안 되고 있다… 이렇게 설명하기는 무리가 있을 듯고요. 달리 말하면, 투자는 반드시 빚을 내서 해야 하는가… 이런 말도 될 수 있고요. 빚을 내서 투자를 할 만큼 수익성이 뛰어난 투자 대상이 즐비한가… 이런 반문도 해 볼 수 있습니다. 투자가 안 되는 것은 기업들이 그만큼 수익성이 뛰어난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 같고요. 반면, 재무구조 개선이나 구조조정 효과 등으로 갈수록 이익은 늘고 있어 빚을 내 자금을 조달해야 할 필요가 줄고 있는 탓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결과적으로 기업들이 갈수록 보수화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겠군요. 기업들마다 현금을 무더기로 쌓아 놓고 투자는 뒷전이라고 하는데… 실적에서도 그런 경향을 읽을 수 있습니까? (기자) 어제 3분기 실적은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 등 가장 기본적인 항목만 정리한 것이고요. “현금”과 “투자” 이런 관계는 개별 기업마다 하나하나 분석이 필요한 작업이라서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흔히, 순현금 보유가 많은 기업을 두고 “투자를 기피한다”고 분석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투자를 하기 위해 빚을 낸다면 한 쪽에서는 현금이 들어오고 다른 쪽에서는 현금이 나가니까… 이것도 딱 들어 맞지는 않습니다. 굳이 살핀다면, 차입금을 모두 갚고도 남을 만큼 현금 보유가 많은 기업을 들 수 있는데요. 어제 발표된 3/4분기 실적 자료로는 분석이 힘들어 증권사의 반기 결산 자료를 이용했습니다. 삼성전자가 6천7백99억원 동서전자가 천6백54억원 그리고 KT&G가 천6백36억원 신도리코가 천5백46억원 이외 태평양산업, 태평양, 한국철강, 한국전기초자, 남양유업 등인데요. 대개 기업 역사가 오래되고 장기적으로 성장해 온 기업 가치를 중시하는 기업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같은 성장주를 제외하면 꾸준히 배당을 늘려 온 기업이라는 공통점도 있지요. (앵커) 올해 들어 더욱 현금이 늘어난 기업도 있겠군요. 이런 기업은 이제 어디에 투자를 해야할지가 큰 문제겠습니다. 지난 연말과 비교해 올해 반기 기준으로 현금 자산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 기업으로는 대한방직서울가스, 오리엔트, STX 조선, 경남모직, 송원산업 등이 있습니다. 대부분 업력이 오래된 전통 산업들이 많은데요.STX 조선 같은 경우는 최근 범양상선 인수에 뛰어 들지 않았습니까? 결국 성장이 제한돼 있다면, 인수 합병 등을 통한 사업다각화 같은 것이 대안이 될 듯하고요. 이런 출자가 고용을 늘리고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투자라면, 이런 방향으로 투자의 물꼬를 찾을 듯합니다. 결국 수익성이 매우 뛰어난 사업 분야가 있고 성장성이 매우 두드러진 곳이 있다면, 기업은 직접 투자를 하든지 지분을 사들이든지 그곳에 뛰어 든다고 볼 수 있고요.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점점 부채는 줄고 자기자본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적어도 재무상으로는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한결 가벼워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재성기자 jspar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