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긴축 추진과 함께 '법치(法治)'를 부쩍 강조하고 있다.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된 각종 경제 비즈니스 관행을 법제화·규정화하는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그 동안 중국 비즈니스의 불문율로 인식돼온 '관시(關係·중국 유력 인사와의 인간관계를 사업에 활용하는 것)'가 점점 무력화하고 있다.

관시가 오히려 비즈니스를 망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해 관시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최근 중국 장쑤성 장자강에 공장을 설립한 P사장.공장 설립을 끝내고 생산을 앞둔 그는 요즘 사업 20여년 중 가장 큰 시련에 직면했다.

중국 공안(경찰)으로부터 밀수 혐의로 조사받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P씨가 들여온 유압기계가 문제였다.

그는 올해 초 설비를 들여오면서 중국 높은 사람과 관시를 갖고 있다는 한 중국인을 만나게 됐다.

P씨는 '관세 17%를 면하도록 힘써주겠다'는 그의 제안에 솔깃했다.

그가 힘써준 덕택에 P씨는 관세를 거의 내지 않고 기계를 들여올 수 있었다.

물론 뒷돈을 넉넉히 줬다.

그러나 공장 설립을 끝내고 막 생산을 시작할 즈음 공안의 호출을 받았다.

긴축과 함께 추진된 지방 하급기관 감사 강화 조치로 관세 포탈이 발각됐고,P씨는 하루 아침에 밀수범으로 몰렸다.

그가 상하이 총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는 이미 설비가 압류된 뒤였다.

관시를 동원해 법을 피하려다 낭패를 본 사람은 이 밖에도 많다.

칭다오의 한 건설업자는 지방정부 인사와의 관시를 이용,토지를 수의계약했으나 중앙정부의 공개입찰 지시로 계약이 백지화되기도 했다.

긴축의 파편을 맞은 것이다.

저장성 샤오싱에는 P씨와 유사한 혐의로 벌써 1년째 중국 감옥에 갇혀 있는 한국 기업인도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비즈니스 관행이 점차 제도화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관시는 중국 비즈니스에서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하지만 그릇된 것을 바로잡지는 못한다는 얘기다.

긴축과 함께 찾아온 관시의 변화는 '눈앞의 이익에 유혹되지 않고,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공법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