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테헤란로.

그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솔로몬상호저축은행에서 경매 전문가인 이문수 테헤란로지점장(37)을 만났다.

은행 지점장이라고 하기엔 젊은 나이였다.

이씨는 그동안 동부화재, 미국계인 뉴스테이트캐피털 등 주로 제2금융권에서 경력을 쌓아온 금융전문가다.

부동산 재테크로 성공하기 위해선 금융에 밝아야 한다는게 이씨의 지론.

투자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처음 아파트 경매로 쏠쏠한 재미를 본 이씨는 토지를 경매로 받아 개발이익을 취하는 방식으로 재테크 방식을 바꾸었다.

지금까지의 성적표는 'A+'다.

◆ "단기간에 큰 돈 버는 것은 경매 뿐"

지난 2002년 솔로몬상호저축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이씨는 당시 5백여억원 수준이던 테헤란로지점 여수신 규모를 2년 만에 4천2백여억원으로 키울 정도로 수완을 발휘했다.

2금융권에선 처음으로 아파트대출 세일즈팀을 만드는 등 현장영업을 강화해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지점을 흑자로 전환시키는데 성공했다.

지점경영 성적이 좋아지면서 덤으로 월급이 크게 올랐다.

성과급까지 합하니 연봉이 1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대출을 끌어다 부동산에 투자하더라도 이자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러던중 우연한 기회에 경매 강의를 듣게 됐다.

이 때 직장인이 단기간에 큰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경매 뿐이란 확신이 생겼다.

부동산 경매에 적극 뛰어들기 시작했다.

우선 강원도 원주의 소형 아파트에 접근했다.

원주에 특별한 연고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경매사이트를 뒤지다 이쪽의 소형 아파트값이 특히 저렴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재개발 호재가 있는 13평형대 아파트 3채를 한꺼번에 경매로 매입했다.

당시 한 채 가격이 2천5백만원 정도였는데, 각각을 이보다 1천만원씩 낮은 1천5백만원 수준에서 낙찰받을 수 있었다.

각 아파트에 대해 보증금 5백만원에 월 25만원의 월세를 놓다가 6개월만에 한 채당 3천만원씩 받고 팔았다.

세금을 빼고도 한 채당 1천만원 이상의 수익을 남겼으니 첫 경매치고는 대성공이었다.

◆ 현장에 가보지 않으면 실패

경기도 양평의 목장부지 12만평이 경매로 나왔다.

감정가 18억원짜리였다.

낙찰가가 3억6천만원까지 떨어졌다.

우선 낙찰가가 크게 떨어진 점에 끌렸다.

하지만 일이 바빠 일일이 현장을 확인할 수 없었다.

4억3천만원이면 적정한 입찰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4억5천만원을 써낸 사람한테 밀렸다.

떨어지고 나서 다시 한 번 현장을 분석했다.

목장부지는 전원주택 단지로 개발이 가능한 땅이었다.

일반적으로 목장부지는 정부지원 여부에 따라 개발가능성이 달라지는데, 이 목장의 경우 전(前) 주인이 자신의 돈으로 초지를 조성했기 때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게 실패 요인이었다.

양평 목장의 땅값은 2년 만에 5배 이상 뛰었다.

이 사례는 두고 두고 이씨에게 현장확인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해줬다.

◆ 집안 묘자리 땅도 공매로 받아

집안 묘자리로 사용할 땅을 고르던중 정부가 소유하고 있던 유휴지가 공매로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강원도 철원군에 있는 국방부 사격장 부지 4백60평이었다.

땅을 잘 아는 사람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도로를 접하고 있었고 산이 부지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형태가 마음에 들었다.

과감하게 4백20만원을 써내 낙찰을 받았다.

현재 시세는 2천만원 안팎.

이씨는 원하는 공매 물건을 제 값에 낙찰받기 위해선 정보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땅을 낙찰받은 뒤 다시 한 번 정밀 측량을 했다.

유휴지 주변을 빙 둘러 일일이 말뚝을 박아놨다.

이씨는 땅을 경매로 낙찰받으면 꼭 측량을 다시 해봐야 향후 불필요한 잡음을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8천만원짜리 땅을 20억원짜리로 만들어

강원도 횡성의 펜션용 부지가 경매로 나왔다.

1만5천평에 달하는 꽤 넓은 땅이었다.

계곡을 끼고 있었고 송이도 많이 나는 곳이었다.

감정가 1억6천만원짜리를 최종 8천만원에 낙찰받았다.

땅 가치에 비해 낙찰가가 낮았던 이유는 경쟁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땅에는 등기상 도로가 없었다.

서류상으로는 맹지였던 셈이다.

하지만 현장에 가보니 이미 길(관습상 도로)이 나 있었고 땅을 팔고 싶지 않았던 전(前) 주인이 길없는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이씨는 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이곳을 개발하고 싶었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할 소지가 있었다.

일단 펜션 터만 다져놓고 인근 동네를 찾아다녔다.

마을 행사가 있을 때마다 직접 술을 사들고 참석했다.

1년 후엔 동네 주민들이 펜션을 언제 완공하느냐고 먼저 물어볼 정도가 됐다.

1억2천만원을 들여 토목공사를 본격 시작했다.

통나무로 된 펜션 1채를 짓는데 또다시 2억8천만원이 들었다.

이씨는 이곳을 약용식물원을 갖춘 펜션단지로 만들 계획이다.

최근 이 부지 전체를 20억원에 사겠다는 사람도 나타났다.

하지만 투자가치를 극대화할 때까지 팔지 않을 생각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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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지경매 재테크 5계명 >

1. 주말을 적극 활용하라 (주말에는 반드시 현장확인)
2. 짝사랑 하지 마라 (주변 인맥을 활용해 땅의 가치 판단)
3. 땅은 개발가치를 봐야 (현재 시세보다 개발가치가 더 중요)
4. 돈을 금고 속에 쌓아두지 마라 (투자할 땐 과감하게)
5. 금융을 최대 활용하라 (가장 싼 대출이자를 찾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