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말 이후 종합주가지수의 하락에도 불구,저점을 높여왔던 내수우량주들이 2일 일제히 급락했다.

전기전자(IT)주와 중국관련주(철강 화학)로부터 촉발돼 은행 건설 통신주 등으로 번져나간 '주가 하락 사이클'이 내수주로 확산된 것이다.

때문에 증권가에는 내수주 하락을 계기로 증시의 2차조정이 시작될 것이란 우려가 강해지고있다.

하지만 내수주의 가격 조정을 끝으로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제한된 주가상승)가 나타날 것이란 시각도 없지 않다.

◆내수주의 급락

이날 증시는 업종대표 내수 우량주에는 최악의 하루였다.

우량대표주의 낙폭이 종합주가지수(-2.14%)의 하락폭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다.

농심이 4.99% 급락,21만9천원에 마감되며 1백20일선을 하향돌파했다.

CJ(-5.59%) 하이트맥주(-5.73%) 등 음식료업종 대표주들도 급락했다.

태평양(-3.85%) LG생활건강(-3.69%) 등 생활용품업체와 신세계(-2.75%) 현대백화점(-3.39%) 등 유통주도 마찬가지였다.

광고대표주인 제일기획(-8.05%)과 패션대표주인 한섬(-8.78%)도 크게 떨어졌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전무는 "지난 4월 이후 종목별로 내수우량주들의 등락이 엇갈린 적은 있지만 모든 종목이 시장보다 강하게 하락한 것은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김종국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내수우량주는 최근 3∼4개월 동안 나름대로 선방해 왔지만,투자심리가 되살아나지 않자 주가방어선이 일시에 무너지며 동반 급락했다"고 분석했다.

홍성수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면서 내수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98년부터 작년까지 5년동안 물가상승률이 전년보다 1%포인트 높아지면 가계소비는 평균 0.83%포인트 떨어지는 역의 상관관계를 보였다"며 "유가 상승으로 향후 국내물가의 상승 가능성이 높아져 내수주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어마켓 랠리 신호인가

증시를 받쳐온 내수주마저 상승추세가 무너지자 향후 종합주가지수가 한차례 더 조정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채원 동원증권 상무는 "중국관련 소재주와 IT주 은행주 등 선조정을 받은 종목들이 저점을 확인한 뒤 횡보세를 유지하거나 속속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는 지금 내수 우량주가 마지막 조정을 받고 있다"며 "이로써 하락장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평가했다.

삼성증권 김 센터장은 "증시가 추가 하락,700선 밑으로 떨어지면 오히려 저가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면서 베어마켓 랠리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런 측면에서 내수주의 가격 조정을 반드시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