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해외진출이 잦고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는 비정규직에 대한 논쟁은 의미가 없습니다.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1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참석차 방한한 인력아웃소싱 글로벌 기업 미국 맨파워의 데이비드 아크리스 부회장(50)은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고용과 해고가 자유스러워야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아지고 외국기업들의 투자도 유도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많은 국가들이 노동시장의 구조를 탄력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크리스 회장은 그렇다고 노동유연성을 높이는 대신 임금을 줄여 원가를 낮추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컴퓨터 공장을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전한다고 했을 때 들어가는 제반 비용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 내외에 지나지 않는다"며 "1% 정도에 불구한 비용을 아끼려고 애쓰는 기업은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기업들이 노동 유연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경기침체가 찾아와 생산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정리해고가 쉽기 때문"이라며 "전체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다면 정리해고가 쉽지 않아 기업에 부담만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세계에서 노동의 안정성을 가장 확실하게 보장해 주는 스웨덴조차도 계약직과 임시직의 확대를 통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크리스 회장은 앞으로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기업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흔히 'MTV(뮤직비디오 채널의 이름) 세대'로 불리는 젊은이들은 어린 나이부터 한 가지 일에 얽매이는 정규직으로의 진입을 꺼린다"고 말했다. 또 "은퇴자,기혼 여성,장애인 등 정규직 근무가 힘든 사람들도 계약직등 비정규직을 더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그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조건으로 '사회적으로 체계화된 직업교육 시스템'을 들었다. 그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자신의 업무능력을 제고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먼저 마련되야 한다"며 "교육 시스템이 갖춰지면 계약직의 차별에 대해 항의하는 여론도 누그러질 것이며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의 이동도 한 층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