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머리 파뿌리될 때까지 서로 의지하며 사랑하기로 맹세를 한 사이가 바로 부부다. 그러나 검은 머리에서 파뿌리가 되는 중간 단계쯤되면 통과 의례처럼 어김없이 치러야하는 홍역이 있다. 바로 권태기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결혼 10년 전후로 찾아오곤 했던 권태기가 초고속 시대로 접어들면서 최근에는 3년 전후로 찾아온다고 한다. 그것도 요즘 부부들에게는 그냥 권태가 아니라 '섹스 권태'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결혼한지 4년 만에 성생활이 거의 없어져 버렸다고 고백하는 30대 초반의 주부 K씨.그녀는 지난 1년 동안 남편과 관계를 가진 횟수를 손가락으로 꼽아보았더니 거짓말이 아니라 10번 안팎이라고 호소했다. 부부싸움을 한다거나 특별히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닌데 신혼 초에는 일주일에 서너 번씩 갖던 관계가 한 달에 한 번으로 줄어들더니,1년 전부터는 두세 달에 한 번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와 같은 섹스 권태가 일반 권태와는 달리 결혼생활을 위기로 몰아넣는 주범이라는 점이다. 열정적이던 사랑과 가슴뛰던 설레임은 사라지고 권태로움만이 두사람의 가슴을 가득 메우게 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부부간의 성격 트러블이나 고부간의 갈등,육아 문제 등이 부부간의 섹스를 방해하는 큰 요인으로 꼽힐 수도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성욕 결핍이 아닌가 한다. 살을 맞대며 수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서로의 장·단점을 속속들이 알게 되면서 성적 흥분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엔 맞벌이를 하는 부부들이 많아 서로가 업무에 시달리다보니 정작 밤에는 피곤에 지쳐 쓰러져 자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그래도 애정이 식지는 않았다'고 항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섹스 횟수가 뜸하다고 생각이 된다면 우선 자기 자신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여성은 자신이 너무 나태해져 마냥 퍼지지는 않았는지,남편에게 잔소리를 하고 부담만을 안겨주지는 않았는지 등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남편들 역시 마찬가지다. 섹스 횟수가 줄어드는 것과 때를 같이 해 열등감,불안감,초조함 등을 느끼고 성기능이 위축되는 경우가 있으니 자신의 상태를 자주 체크해보는 것이 좋다. 민영기 < 연세합동비뇨기과 원장 www.bin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