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 모스크바 무역관 직원들은 요즘 정신 없이 바쁘다. 한국 중소기업들의 상담 건수가 지난해 하루 평균 3건에서 올들어 6건, 2배로 늘었기 때문이다. 과거 시장동향을 묻는 단순 문의가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엔 무역관을 직접 찾아 투자진출을 타진하는 실무 상담이 줄을 잇고 있다. '자원대국' 러시아 경제가 호황을 누리면서 한국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황금'을 캐기 위해 여념이 없다. 자동차 전자 등 이미 진출한 대기업들은 상당수 올해 매출 목표를 2배나 늘려 잡았다. 건설업체들도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와 주택개발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 경제 얼마나 좋기에 =최근 몇 년간의 러시아 경제호황은 고유가에 힘입은 바 크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7.2%를 기록, 세계은행의 예상치(6.0%)를 웃돌았다. 올해도 러시아는 6%대의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고유가가 이어진다면 성장률은 더욱 높아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2000년 2백79억달러였던 외환보유고도 지난해엔 7백69억달러로 3배나 급증했다. 올들어 오일 달러가 넘쳐나면서 자연스럽게 러시아인들의 씀씀이도 커지고 있다. 이광희 KOTRA 모스크바 무역관장은 "부유층은 물론 중산층의 소비가 크게 살아나면서 자동차와 고급 가전제품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 "러시아를 다시 보자" =러시아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4개국 가운데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시장이 팽창하면서 한국 기업들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엑센트를 생산하고 있는 현지 CDK(부품을 수출한 후 현지에서 조립ㆍ판매) 공장 규모를 연산 1만5천대에서 3만5천대로 대폭 확충키로 했다. 올들어 4월까지 판매량이 9천8백85대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백32%나 급증하자 연간 판매목표를 지난해의 2배가 넘는 3만5천대로 늘려 잡았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시장 매출 목표를 지난해 1조7천억원에서 올해는 3조원으로 높였다. 현재 전자레인지 등 8개 제품을 시장점유율 1위에 올린 삼성전자는 판매량이 급증한 휴대전화 등 고가제품도 연내에 1위 제품군에 올라설 것으로 기대했다. LG전자는 휴대전화와 청소기, 세탁기 등의 판매호조에 힘입어 올해 러시아 매출 규모를 작년에 비해 70% 이상 끌어올리기로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경기호조 덕분에 5월 말 현재까지 목표량을 뛰어넘는 판매실적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 건설업체도 진출한다 =대형 프로젝트와 자원개발, 주택건설 등에 참여하려는 건설업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LG건설은 올초 러시아 타타르스탄자치공화국에서 3천5백만달러 규모의 석유화학공장 건설공사를 따낸데 이어 26억달러 규모의 정유공장 및 석유화학플랜트 수주를 추진중이다. 대우건설은 최근 사할린 남쪽 코르사코프 항구 인근에 건설되는 연산 4백80만t 규모의 LNG(액화천연가스) 플랜트 공사인 '사할린Ⅱ LNG 플랜트'를 수주했다. 자원개발 분야와 함께 러시아의 노후화된 주택 사정으로 인해 러시아 주택개발사업 진출도 활기를 띠고 있다. 류시훈ㆍ오상헌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