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경기 억제책은 '2보 전진을 위한 반보 후퇴'로 봐야 합니다.중국은 그런 속도로 50년간은 급성장할 것입니다." 미래학자이자 시나리오기획 전문가인 피터 슈워츠 미국 글로벌비즈니스네트워크(GBN) 회장은 29일 "중국의 지속적인 급성장이 충분히 예고돼 있는 만큼 한국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제조 인프라의 일부로서 협력해 나가든지 중국이 절대 만들 수 없는 틈새 시장을 찾아 육성하는 두 가지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기에 따른 중국 경제의 거품 붕괴론에 대해 "중국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 류밍캉(劉明康) 주석을 만나본 결과 중국 지도자들은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해 매우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서구세계에도 이를 전혀 숨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슈워츠 회장은 그러나 "앞으로 50년 동안 중국은 10년마다 두 개의 한국이 새로 생겨날 정도의 경제 급성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국의 경제 침체와 관련,"한국에는 아직 경제적 부를 더 원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성장 잠재력이 크다"며 "특히 경제 발전의 가장 필수적 요소인 숙련된 인력이 풍부한 만큼 미래는 낙관적"이라고 내다봤다. 슈워츠 회장은 다만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품혁신 △서비스혁신 △비즈니스모델 혁신 △조직혁신 등을 이뤄내야 하며 고유가 시대를 극복하려면 원가 절감을 위한 공정혁신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로열더치셸 그룹 출신의 에너지 전문가이기도 한 슈워츠 회장은 "석유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고 있는 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생산을 줄이고 유전 개발도 소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3∼5년간은 고유가 시대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정치적,기술적 이유로 아직 개발되지 않은 유전이 많이 남아있어 약 5년 후에는 에너지난이 다소 해소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40년 후에는 세계 원유 생산량이 정점에 달할 전망인데 원유 고갈에 대한 대안도 없고 투자도 충분치 않다"며 "장담은 못하겠지만 차세대 에너지원은 원자력이나 태양열,수소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물리적 발견에서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한편 슈워츠 회장은 용천역 폭발 사고로 북한의 개방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일부의 전망에 대해 "북한이 처음으로 외부세계에 도움을 요청한 건 개방으로 가는 아주 작은 신호에 불과하다"며 "너무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용천역 사고보다 훨씬 피해가 큰 대지진을 겪었던 이란을 예로 들며 "당시 이란은 국제적 원조를 받았지만 정치적 변화는 전혀 없었고 북한도 마찬가지다"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북한의 상황에 대해 "1980년대 말 옛 소련과 비교할 때 경제 상황이 최악이라는 면에서는 비슷하지만 정보가 폐쇄돼 있다는 점에서는 다르다"며 "당시 소련을 개방으로 이끈 건 위성TV와 PC의 출현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같은 면에서 북한인들은 아직 독재를 견뎌낼 힘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 [ 피터 슈워츠는... ] 시나리오 기획분야에서 대가(大家)로 꼽히는 미래학자다. 80년대 초 옛 소련의 붕괴를 예상했고 지난 98년에는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미국 주요건물 공격을 예측해 주목을 끌었다. 현재 모니터그룹계열 글로벌비즈니스네트워크(GBN)회장으로 각국 정부와 주요 기업에 미래 전략을 자문해주고 있다. 그의 연구 분야는 에너지 환경 기술 금융 정보통신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른다. 지역적으로는 아시아.태평양지역,그 가운데 특히 중국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와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등이 그와 친구처럼 지내며 자문을 받는 유명 인사들이다. 특히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 스필버그 감독의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 중 그의 감수를 거친 것이 많다. 슈워츠는 80년대초 로열더치셸 그룹에서 시나리오기획을 총괄하면서 이회사가 세계 에너지업계 정상에 올라서는데 크게 기여했다. 저작으로는 시나리오기획 분야의 걸작으로 꼽히는 'The art of long view'를 비롯 'China's Futures'등 6권의 미래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