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에는 그동안 사회로부터 받은 것을 되돌려 주는 일에 힘을 쏟고 싶습니다." 오는 30일 우리금융 주주총회에서 물러나는 윤병철 우리금융지주 회장(67)은 퇴임 후의 구상을 이렇게 밝혔다. 43년을 금융계에서 보냈고 그 중 20년을 최고경영자(CEO)로 지낸 그는 "주어진 일이 아직도 많다"며 여전히 일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그가 은퇴 후 구상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후배 금융인들이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하는 것. 또 하나는 "기업이나 개인이 '돈 잘 벌기' 못지 않게 '돈 잘 쓰기'의 중요성을 깨닫고 실천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금융계 후배 양성을 위한 윤 회장의 구상은 '한국 FP(자산관리사)협회'의 활성화다. 이 협회는 윤 회장이 지난 2000년 만들었고 지금도 회장직을 맡고 있다. FP란 자산관리사로 개인들의 자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주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이 받는 국제 자격증이 CFP고 한국 FP협회에선 AFPK 자격증을 발급한다. 현재 한국에서 CFP를 가진 사람은 4백여명,AFPK를 받은 사람은 6천여명에 달한다. 윤 회장은 "보다 나은 교재를 개발하고 좋은 교수를 섭외해 후배들이 실무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역할이 금융업에 대한 보은이라면 '돈 잘 쓰기 운동'은 사회에 대한 보은의 방법이다. "은퇴 후에도 기업메세나 운동 등을 지속적으로 펼쳐 그동안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의 일부라도 갚겠다"는 것. 그는 특히 문화활동 지원에 깊은 관심을 보여 직접 발레 무대에 오른 적도 있다. 윤 회장의 이런 생각에는 자신이 '복 받은 금융인'이라는 감사의 마음이 깔려 있다. 그는 지난 85년 한국투자금융 사장을 시작으로 무려 20년간 CEO 역할을 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최초의 민간금융회사인 한국개발금융참여,한국투자금융의 은행전환 경험,최초의 금융지주회사인 우리금융 참여 등 다른 금융인들이 부러워할 만한 경험을 두루 쌓았다. 그중에서도 윤 회장이 가장 보람된 일로 꼽는 것은 한국투자금융의 하나은행 전환이다. "국내 금융사상 제2금융권 회사가 처음으로 은행으로 전환하는 작업이라 상당히 마음고생을 많이 했는데 성공적인 결실을 봐 보람이 크다"는 설명이다. "우리금융도 처음은 힘들었지만 이제는 틀이 잡혀 지주회사로서의 시너지 효과를 막 내기 시작한 단계"라고 평가하는 윤 회장. 그는 "우리금융 직원들이 모두 프로가 되려고 노력하고 새로 오는 황영기 회장이 이들을 잘 이끈다면 리딩뱅크로 우뚝 설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