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이 11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달러화 강세로 원화환율이 반등하면서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에서 한발 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화환율이 추가 하락할 경우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예상돼 외환보유액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외환보유액은 1천6백25억2천만달러로 전월 말(1천6백30억달러)에 비해 4억8천만달러 줄었다. 상반월(1∼15일) 기준으로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4월(13억8천만달러 감소) 이후 11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처럼 외환보유액이 감소세로 반전된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우선 이달 들어 엔ㆍ달러 환율이 달러당 1백11엔대를 웃도는 등 미 달러화가 세계 주요국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여 보유외환중 유로화와 엔화 자산의 달러화 환산액이 줄었기 때문이다.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이 비교적 소극적이었던 것도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주요인으로 꼽혔다. 지난 달 1천1백50원대까지 위협받던 원ㆍ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1천1백80원선까지 상승했다. 외국계은행 딜러는 "인위적인 고(高)환율 유지에 따른 부작용이 커지는 상황에서 환율이 반등하면서 외환당국이 한 발 뺀 듯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금융회사의 외화 지준예치금이 이달 들어 감소한 것도 외환보유액 폭증세를 멈추게 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외환보유액 감소세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으로 시장 참여자들은 전망했다. 최근 테러 공포로 달러화가 다시 약세로 돌아서 엔ㆍ달러 환율이 1백8엔대로 내려섰고 이로 인해 원ㆍ달러 환율도 하락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 외환당국의 시장개입 필요성이 다시 높아진 셈이다. 최중경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도 지난 16일 한 환율세미나에 참석, "적정환율에 대한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당국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환율을 지키기 위해 들어가는 손실은 국가경제 유지를 위한 기회비용으로 봐야 한다"고 말해 환율방어 정책을 계속 유지할 생각임을 내비쳤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