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 등 국제금융계는 14일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가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해외 언론들도 한국의 정치불안은 좀 더 지속되겠지만, 경제충격은 곧 진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탄핵정국에 대한 해외의 '부정적 평가'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양상이다. …탄핵사태가 단기적으로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으나 한국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는 큰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월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은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가결될 가능성이 낮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무디스의 톰 번 국장은 "헌재 판결에서 탄핵안이 가결될 가능성은 적다"며 "이번 사태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좌우하는 펀더멘털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S&P는 "한국의 경제시스템은 이런 혼란을 감당할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정치 불안으로 기업투자는 다소 위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언론들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고건 총리가 빠르게 정국혼란을 수습, 사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며 한국사태를 차분한 시각으로 보도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아시아판 1면 머리기사에서 "탄핵가결은 한국 민주주의를 시험하는 사건"이라며 "권력공백으로 경제회복 및 북핵문제 해결 노력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노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안이 거부될 것으로 판단, 야당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함정을 판 것일 수도 있다"며 "이같은 시나리오대로라면 탄핵안 국회통과는 노 대통령에게 오히려 정치적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풀이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노 대통령 탄핵소추는 이데올로기적 분열을 노출한 대표적 사건"이라며 노 대통령의 운명과 한국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가 주한 미군 재배치나 북핵 6자회담 등 미국과 관련된 이슈들에도 파급효과를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가의 투자주간지인 배런스는 "한국을 잘 아는 투자자들은 탄핵사태가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한국내 정치적 소음은 주식을 매수할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탄핵사태의 발단이 4월 총선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여야간 정쟁에서 비롯된 만큼 투표일까지 정치적 혼란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대통령의 부재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지연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각도 곱지 않게 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언론은 이날부터 노 대통령의 탄핵가결 보도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전날만 해도 인민일보 베이징천바오 베이징청년보 차이나데일리 등 주요 신문들은 한국 국회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투표함을 던지는 장면 등의 사진을 대거 싣고 배경해설까지 다뤘으나, 점차 사실전달 위주로 기사 비중을 줄이는 모습이다. 뉴욕ㆍ도쿄ㆍ베이징=고광철ㆍ최인한ㆍ오광진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