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정치 시즌만 되면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기업인 들러리 세우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정쟁으로 날을 지새느라 경제는 나몰라라 하는 사람들이 정치 시즌만 되면 경제를 챙긴다고 기업인들을 불러내 지키지도 못할 뻔한 얘기를 쏟아낸다는 불만이다.
진정으로 국가 경제를 생각한다면 바쁜 기업인들을 나오라고 해 밥 먹고 사진이나 찍는 전시성 행사보다는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는 기업인들도 있다.
표를 의식해 이미 다 나온 정책이나 실현 가능성도 없는 구상을 들려주는 자리에 제발 기업인들을 끌어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재계의 이같은 불만은 29일 열린 열린우리당 초청 30대 기업 투자담당 임원 조찬간담회에서 그대로 표출됐다.
동양제철화학의 남상식 팀장은 "정치인들이 한 번도 잘못을 시인하는 것을 못봤기 때문에 상당한 불신과 염증을 느끼면서 이 자리에 나왔다"며 "노조에 가서는 노조에 영합하는 말을 하고 기업 앞에서는 기업에 영합하는 말을 할게 아니라 일관되게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동양메이저의 방남호 상무는 "기업 얘기를 듣고 싶으면 현장을 직접 찾아와야지 바쁜 사람들에게 간담회가 몇시에 끝나는지도 알려주지 않는게 말이 되느냐"며 "열린우리당이 정책 여당을 강조하는데 대통령만 있으면 여당이냐"고 일침을 가했다.
방 상무는 또 "기업에 일자리를 늘리라고 하지만 일자리를 늘리려면 돈 있는 사람이 돈을 쓰도록 해줘야 하는데 그렇게 해주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한화의 김성일 상무는 "정치권이 반기업 정서를 일부러 흘리고 일부 언론들이 흥미를 위해 이를 확대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일처럼 기업의 의욕을 꺾는 것도 없는 만큼 제발 자제해 달라"고 주문했다.
동국제강 권영근 차장은 "아침에 신문을 받아들면 정치면은 아예 안본다"며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숨기지 않았다.
우호적인 발언은 "호랑이가 사람을 잡아먹는 이유는 서로 말이 안통하기 때문인데 일단 정치권과 기업간 만남의 장을 마련해줘 감사드린다"(대우조선해양 신오균 부장)는 정도에 불과했다.
정동영 의장은 이에 대해 "기업인이 애국자로 존경받는 사회 풍토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21세기 한국경제의 도약은 불가능하다"며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의장은 이어 △한ㆍ칠레 FTA의 3월 이내 국회 처리 △정부와 정치권, 기업 및 외국인 투자자가 참여하는 국회 규제개혁특위 구성 및 가칭 '규제개혁특별법' 추진 △임시투자세액공제 시한의 조기 연장 추진 등을 제시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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