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4 09:12
수정2006.04.04 09:14
경제 상황을 설명할 때 어떤 언어를 구사할지를 놓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내부에서 치열한 논쟁이 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명확한 언어로 시장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쪽과 FRB '코멘트'는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WSJ는 "지난달 열린 공개시장위원회(FOMC) 특별회의에서 'FRB 언어'를 놓고 토론이 벌어졌다"며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가 현재 1%에 불과해 추가 인하가 어려운 상황에서 FRB 코멘트는 그 어느 때보다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분명한 메시지가 혼란을 막는다=명확한 말을 쓰자는 주장에는 벤 버난크 FRB 이사가 전면에 서 있다.
그는 "금리가 어디로 움직일지,왜 그러한 통화정책 결정을 내렸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채권시장에 정확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며 '직접 화법'을 주창한다.
경기판단 능력이 가장 뛰어난 FRB가 전망을 내놓지 않으면 수많은 전문가들의 서로 다른 분석 때문에 경제에 해가 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버난크 이사는 "시장에서는 FRB가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보다 앞으로 무엇을 할지에 더 주목한다"며 "국민들과 좀 더 구체적인 언어로 시각을 교환해야 혼란을 막는다"고 강조했다.
◆시장만이 미래를 예측한다=윌리엄 풀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말을 아끼는 '간접 화법'을 촉구하고 있다.
그는 "선물시장을 자세히 관찰하면 금리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어 FRB의 통화정책은 어차피 시장 움직임의 종속변수라는 결론이 나온다"며 구태여 말을 많이 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국민들이 궁금해 하더라도 다소 진부하고 모호한 표현으로 경제를 설명하는 게 결국엔 도움이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FRB 의장은 '중립적'=논쟁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어느 편도 아니다.
매월 경기 코멘트를 직접 작성하는 그린스펀 의장은 FRB의 의지를 시장이 알아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섣부른 약속은 삼가고 있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지난 8월 그린스펀 의장이 "향후 '상당 기간(considerable period)'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말했으나 언제까지가 '상당 기간'인지를 분명히 정해두지 않았던 게 그 예라는 것이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