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는 제1회 세계기술경영자포럼에 참가한 해외 기업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초청, 신라호텔에서 '글로벌 시대의 기술경영'이란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최수현 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는 톰 사포나스 에질런트 테크놀러지 수석 부사장 겸 CTO, 페르난도 벤베뉴 P&G 아시아 유럽 R&D 부사장, 엘리어트 파크스 벤타나 생명공학 이사가 참석했다. 이들 참가자는 "한국은 강점인 IT(정보기술)에 BT(바이오 기술)를 접목한 기술로 글로벌 시대에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또 "한국이 동북아 R&D 허브로 거듭나기 위해선 지식재산권 보호장치를 강화해 외국 기술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좌담회 내용을 간추린다. ----------------------------------------------------------------- 최수현 KISTEP 원장 =한국은 지난 30년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다. 과거 성장은 자본투자와 노동집약적 산업구조에 따른 것이었다. 한국이 21세기에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톰 사포나스 에질런트 테크놀러지 CTO =국가를 회사처럼 보고 국가적 차원에서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 한국의 강점을 찾아낸 다음 핵심 역량을 이곳에 집중시켜야 한다. 한국은 IT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IT와 인접한 분야에서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 바이오 인포매틱스(생물정보학)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페르난도 벤베뉴 P&G 부사장 =고도의 능력을 가진 고급 인력을 우선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한국은 아직도 고급 인력이 부족하다. 그러나 높은 교육열을 활용해 고급 인력을 많이 길러 내면 좋은 기회가 마련될 것이다. 지식재산권 보호와 같은 법적 장치도 필요하다. 특히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데는 지식재산권 보호가 중요하다. 엘리어트 파크스 벤타나 이사 =한국은 신기술을 상품화하는데 우수한 능력을 갖고 있다. 앞으로 기술 혁신이 일어날 분야는 BT와 의료 분야다. 게놈(인간유전자 지도)을 활용한 맞춤형 의료 산업이 대혁신을 주도할 것이다. 한국도 이 분야에서 기회를 찾아내야 한다. 최 원장 =한국도 지난 몇 년간 IT 중심으로 연구개발(R&D)투자를 해왔으나 최근에는 BT에 대한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IT의 경우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지만 BT 분야는 아직 취약한 상황이다. 사포나스 CTO =교육 인프라를 탄탄히 다지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바이오 산업은 하루 아침에 큰 것을 이룰 수 없는 분야다. 자본 투자를 한 후 50년 정도는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민간 자본의 경우 이처럼 오래 기다리기가 힘들다. 따라서 정부 자본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최 원장 =한국이 도약하는데 CTO들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사포나스 CTO =CTO는 CEO와 함께 기술 투자의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다. 기술 투자의 장ㆍ단기적 타이밍과 우선 순위, 규모 등을 결정하는 것이다. 에질런트는 생명공학 분야에 가장 비중 있게 투자하고 있으나 다른 분야에도 균형 있게 투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벤베뉴 부사장 =한국의 경우 산업구조를 면밀히 분석한 다음 이를 재구축하는 것과 인적 자원을 양성하는 것 등 두 가지 과제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 산업구조를 보면 공업 비중이 절대적이고 서비스 분야는 너무 취약하다. 서비스 산업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 근로자 교육과 관련해선 한국의 인터넷 보급률이 큰 강점이 될 수 있다. 인터넷을 활용해 근로자 교육을 강화하면 근로자 개인의 경제적 가치가 올라가고 경제 효율성을 배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최 원장 =한국은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동북아 R&D 허브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R&D 센터를 설립하고 외국의 유능한 인력들도 많이 끌어오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의 R&D 허브 추진을 위해 바람직한 전략이 있다면…. 파크스 이사 =한국으로 외국기술이 적극적으로 유입되기 위해서는 지식재산권(IPR)을 보호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지식재산권이 보호되지 않는데 어떤 외국 기업이 기술을 제공하겠는가. 외국 기술을 도입한 다음 추가적인 R&D 활동을 통해 이 기술을 상품화할 수 있을 때 R&D 허브의 기능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다. 최 원장 =한국정부는 벤처 기업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벤처기업을 효과적으로 키워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포나스 CTO =벤처기업의 상품 개발보다는 시장 개발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시장 개발은 상품 개발에서부터 고객의 구입에 이르는 과정이다. 벤처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법과 제도다. 벤처기업은 고객을 만족시키는 데는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지만 정부를 만족시키는 데는 전문성이 없다. 특히 규제가 많을수록 벤처기업은 버틸 수가 없다. 정리=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