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내주 중 아세안(ASEAN) 소속 10개 회원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 보도했다. 야시완트 신하 인도 외무장관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6∼9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릴 '아세안+3(한국 중국 일본) 정상회담'에서 아세안과 FTA를 맺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세안 회원국이기도 한 싱가포르 태국 등과는 별도의 쌍무협정 체결이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FT는 "인도가 향후 아시아경제의 패권을 잡기 위해 '중국 견제'에 본격 나선 것"이라며 "특히 이번 FTA는 10년 내에 동남아시아 일대의 완전한 자유무역지대 창설로 연결될 수 있어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잘 나가는 인도 경제=인도는 90년대 초 이래 연평균 5∼6%의 고도 성장을 누리고 있다. 올해는 중국(7.9%) 다음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7.5%의 경제 성장률 달성이 예상된다. 인도 경제의 이러한 대약진은 영어를 구사하는 질 높은 노동력과 탄탄한 기초과학 기술에서 비롯된다. 질 높은 노동력과 기술의 결합은 90년 이후 인도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정보기술(IT) 산업의 발전을 낳았다. 인도가 소프트웨어 수출에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도 이같은 역량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자동차 철강산업 등도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10억명에 달하는 엄청난 인구. 그동안 중국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지만 조만간 새로운 소비시장으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은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영역 확대로 중국 견제=인도·아세안 FTA 체결은 중국에 대한 '역공'이라는 의미에서 주목된다. 중국의 대아세안 영향력은 날로 늘고 있는 반면 인도의 대아세안 수출 물량은 지난해 48억달러로 총 수출량의 8%에 불과했다. 인도가 아세안과의 FTA를 추진 1년만에 신속히 마무리 짓는 것도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깔려있다는 게 FT의 분석이다. 더욱이 중국이 아세안과 FTA의 전초 단계로 여겨지는 '포괄적인 경제협력에 관한 기본협정' 체결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인도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는 것이다. 아울러 인도는 아세안에 머물지 않고 아시아 다른 지역으로도 경제적 영역을 넓혀 나간다는 전략이다. 신하 장관은 "아세안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과도 경제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며 경제 대국으로의 도약 의지를 밝혔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