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투신자살로 현대가(家)는 더할 수 없는 비통에 잠겼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2001년 타계하기 전인 82년 장남인 몽필씨가 교통사고로 숨지고 90년엔 4남인 몽우씨가 자살한 데 이어 정 회장마저 투신자살하는 비운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맏형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 정몽준 국회의원,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 등 고인의 형제들은 4일 오전 갑작스러운 비보를 접하고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2000년 3월 촉발된 형제간의 그룹 경영권 다툼인 '왕자의 난' 이후 틀어진 현대가 형제들간의 관계가 정 회장의 자살로 끝내 화해를 이루지 못하게 된 것은 더욱 가슴 아픈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평소 형제와 조카들을 세심하게 챙길 정도로 정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정몽구 회장으로서는 껄끄러운 관계를 풀지 못한 채 동생을 먼저 떠나보내게 된 데 매우 가슴 아파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정몽구 회장은 이날 간간이 눈물을 훔쳤으며 동생의 자살 소식이 알려지자 형제들중 가장 먼저 현대 계동사옥으로 찾아와 현장에서 시신 수습과정 등을 직접 챙겼다. 6남인 정몽준 의원도 왕자의 난 이후 사이가 소원해졌으나 세살밖에 차이나지 않는 바로 윗형인 정 회장과 어릴 적 한방을 사용했을 정도로 우애가 돈독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의원은 이날 울산에서 소식을 접한 뒤 오전 10시45분께 병원에 도착, 시종 굳은 표정으로 가족들이 있는 접견실로 향했다. 3남인 정몽근 회장도 오전 11시께 빈소를 찾아 눈물을 흘렸다. 정 회장의 돌연한 자살 소식을 접한 숙부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도 격한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