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미국 외교 정책의 조율사였던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80)이 회고록 '위기(Crisis)'를 출간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제럴드 포드 대통령 정부 당시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역임한 키신저는 이 저서에서 70년대의 대표적인 사건인 제4차 중동전쟁(73년)과 사이공 함락(75년) 사건을 중심으로 국제적 위기상황에서 미국 정부와 자신의 역할에 대해 조명하고 있다고 뉴스위크 인터넷판이 전했다. 키신저는 자신의 이전 저서인 '베트남전 종전'에서 닉슨 대통령의 베트남전 정책을 옹호한 바 있으며 이번 저서에서는 당시 종전 결정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있다. 75년 당시 월맹군은 마지막 승리를 위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었으며 미국내에서는 강경파와 온건파의 주장이 엇갈렸다. 또 미국 의회는 종전을 재촉하고 월남과 그 동맹국들은 패전을 인정하려 하지 않아 닉슨 행정부는 어려운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유대교 속죄일인 75년10월6일 터진 4차 중동전쟁(일명 '욤 키푸르전쟁')은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과 아랍을 두둔하는 당시 소련간의 세계대전으로 비화될 위험성이 매우 컸다고 키신저는 주장하고 있다. 그는 도브리닌 대사와의 개인적인 대화를 통해 소련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어떻게 노력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당시 키신저의 중동외교는 현 부시 행정부의 중동평화 중재 노력에 대한 본보기로 읽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