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경기침체기를 벗어나 회복국면에 진입했다는 공식선언이 나왔다. 미 경기주기를 판단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17일 "2001년 3월에 시작된 경기침체가 8개월만인 그해 11월 끝났다"며 "현재는 회복상태(now in a recovery phase)"라고 공식 발표했다. NBER가 20개월이 지난 뒤 '침체종료'를 공식 선언한 것은 향후 미국경제가 빠르지는 않더라도 서서히 회복될 수 있다는 확신의 반영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고용시장은 여전히 침체상태"(Stuck in the doldrums)라고 지적, 미국 경기의 본격회복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임을 내비쳤다. ◆ 소비ㆍ제조업 회복조짐 NBER가 발표한 미국 경제의 '침체탈출' 시기는 20개월 전의 일이지만 이는 과거와 현재의 각종 경기데이터를 종합분석한 결과다. 다시 말해 현재의 경기 및 향후 전망이 어둡다면 NBER의 '침체 끝' 선언은 좀더 늦춰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국내총생산(GDP)이 경기침체의 마지막 분기였던 2001년 3분기에 0.30% 감소한 이후 올 1분기(1.40%)까지 6분기 연속 증가세를 기록한 것도 이런 선언이 나온 배경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지난 2분기 성장률이 2%정도에 불과하지만 하반기 성장률은 3.5%에 달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경제의 양대축인 소비 및 제조업이 최근 들어 모두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경제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은 지난 2002년 10월 이후 꾸준히 증가, 부진한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증시상승으로 소비지출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회복이 늦어지던 제조업지수에도 파란불이 켜지고 있다. 제조업체들이 몰려있는 필라델피아연방은행은 17일 "7월중 제조업지수가 전달의 4.0에서 8.3으로 급등했다"고 발표했다. 5월 공장수주액도 전달의 3% 감소에서 0.4% 증가로 반전했다. 소비와 건설이 이끌던 미국의 경기회복이 점차 제조업쪽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 고용시장ㆍ투자회복이 본격회복의 관건 NBER는 고용상황과 관련해서는 "최근까지 개선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전혀 없다"며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경기는 전반적으로 회복되지만 고용시장은 여전히 침체"라는게 NBER의 결론인 셈이다. 실제로 전반적인 경기 회복세에서도 6월 실업률은 9년만의 최고치인 6.4%로 치솟았다. 하지만 경기회복이 본격화되면 결국 고용시장에도 훈풍이 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때 NBER 위원을 지낸 그레고리 맨큐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회장은 "백악관은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4%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같은 성장률은 실업자를 감소시킬만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업지표 호전에도 불구, 아직 뚜렷한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기업설비투자도 본격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요인이다. ----------------------------------------------------------------- NBER란 =미국 정부를 대신해 미 경기사이클을 공식 평가하는 비영리 민간 경제연구소. 미국내 6백여명의 경제 및 경영학 교수들이 연구원으로 활동중이며,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경제학교수가 소장겸 CEO를 맡고 있다. 그동안 31명의 미국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중 12명이 연구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1920년 설립됐으며,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 위치해 있다. 상근 직원은 45명.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