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몫만 챙기면 된다"…파업 도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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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은 계속 봉쇄되고 있다고 한다.
물류도 마비되었다고 한다.
경제를 실어나르는 동맥들이 폐색되면서 심장마저 썩어갈 참이다.
'동북아 경제중심'은커녕 태평양의 변방도 어렵다는 비웃음이 빈 바다에 울려 퍼지고 있다.
포항 부산 광양은 해방 후 50년 동안 피땀 흘려 건설한 핏줄이며 심장이요 열린 바다였지만 지금 차례차례 문을 닫아걸고 있다.
오직 '밀어붙일수록 더 얻는다'는 폭력적 행동준칙만이 스스로를 입증하는 중이다.
정부가 바로 그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정부가 법과 원칙을 형해화하고 몰이성적 온정주의의 깃발을 내걸었을 때 이미 이 난리는 예고됐다.
이제 6월이 오면 노조의 깃발은 더욱 높이 창공에 내걸릴 것이고 그리되면 우리경제는 기어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널지도 모를 판이다.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는 마당에 대통령이 워싱턴과 뉴욕을 돌아다니며 고개를 숙이고 투자유치에 목이 쉰다한들 과연 누가 한국을 돌아보기나 할 것인가.
13일 총리 주재로 열린 긴급 국무회의의 풍경은 만화경 그 자체다.
장관들은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질책이 마치 홍보 부족 때문이라는 듯 한가한 넋두리만 늘어놓았다.
경제 5단체 부회장들이 이날 긴급모임을 갖고 당면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으나 정작 당국은 중장기적 제도 개선만을 논의하는 데 그쳤고 참여정부의 정책 기조를 운운하는 변명으로 일관하는 모습마저 보였다.
파업은 13일로 5일째를 맞았다.
산업피해는 벌써 2억달러를 넘어섰고 부산과 광양의 물류 마비는 울산항으로 오히려 전선을 넓혀가고 있다.
항만을 통한 수출입 물동량의 90%가 올스톱됐고 물류의 중단은 거꾸로 창원 구미 울산 등 생산기지의 조업 중단으로 역류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철도를 통한 긴급 수송체제를 논의하고 있지만 철도노조는 준법투쟁을 통한 동조 파업을 거론하며 오히려 물류 마비를 지원하고 있다.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없다.
법이 있고 원칙이 있다면 그대로 하는 것이다.
자신의 임무와 역할,책임이 무엇인지를 깨닫지 못하는 정부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지금 국민들은 바로 그 질문을 정부에 던지고 있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