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는 미국경제의 절대적 영향권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굳이 한국의 대미(對美)수출비중이나 한국에 들어온 해외자본중 미국자본이 차지하는 비중 같은 딱딱한 수치를 거론할 필요는 없다. 국내 언론들이 미국의 각종 경기지표들을 실시간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 자체가 한국경제의 미국예속을 입증하는 살아있는 증거다. 미 증시동향은 물론 경제성장률 실업률 공장수주액 소비자신뢰지수 경기선행지수 등 국내언론이 전하는 미국의 경기지표 관련 뉴스는 유럽과 일본 중국 소식을 다 합친 것 보다 많다. "미국경제가 기침하면 한국경제는 독감에 걸린다"는 말은 이제 상식이 됐다. 노무현 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은 양국간 경제협력관계를 보다 돈독히 하는 계기를 마련할수 있다는 점에서 그 결과에 관심이 높다. ◆경제 동조화 갈수록 심화=수출과 증시 환율 등 한국경제를 구성하는 핵심요소들은 모두 미국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 미국 소비활동의 강약은 곧바로 한국의 수출에 영향을 주며,월가의 평가에 따라 한국의 주가와 환율이 민감하게 움직인다.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자동차와 반도체 섬유업계의 대미 수출은 전체 해외수출의 약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편이다. 따라서 미국내 소비활동이 위축돼 해외상품 수요가 줄어들면 한국의 대미 수출은 급감,'수출부진-기업감원-근로자소득감소-경기둔화'의 충격을 받게 된다. 실물경제 뿐 아니라 주가와 환율 등 한국의 금융시장도 미국의 입김에 좌지우지되고 있다. 월가 금융회사들과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이 한국경제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한국금융시장은 출렁거리게 된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자본투자액이 연 평균 37억달러로 전체 외국인투자의 3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미국 투자동향이 전체 외국인 투자자들의 기준이 되고 있는 까닭이다. 워싱턴의 한반도정세 평가 및 대한(對韓)통상정책도 서울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또 다른 변수다. 이처럼 한국경제의 핵심요소인 수출과 외국인자본이 미국에 달려있어,미국경제가 헛기침만 해도 한국경제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계경제도 미국에 달려 있어=일본이나 독일 중국과 같이 미국도 단순히 세계경제의 '한 부분'이라면 미국경제가 흔들려도 한국경제는 살아갈 수 있다. 미국이외의 다른 나라에서 활로를 찾으면 된다. 그러나 '미국경제가 사실상 세계경제'인 게 현실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경제규모(GDP기준)는 36조달러,이중 미경제는 10조달러로 세계경제의 27%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 일본 등 나머지 선진7개국(G7)의 GDP를 다 합쳐야 미국경제 수준이다. 미국은 또 대다수 국가들의 주요 수출시장이다. 동시에 세계각국의 금융시장중 미국자본이 투입되지 않은 곳은 없다. 따라서 미국경제가 부진하면 세계경제도 활력을 잃는다. 때문에 미국경제가 침체할 경우,한국은 다른 국가나 지역으로부터 경제성장의 동력을 보충 받을 수가 없다. 한국경제는 결국 미국경제와 보조를 맞추며 성장해 나가야하는게 현실이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