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라크 공격'] 歸家 빨라지고 유흥업소는 '울상'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라크전 개전과 함께 주한 미군 철수 공론화까지 겹쳐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생활경제가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
샐러리맨들의 귀가가 빨라져 유흥업소들은 울상이다.
미국이 이라크 공습을 시작한 지난 20일 저녁과 21일 아침 러시아워 때 자유로 등 만성 체증구간의 소통이 눈에 띄게 좋아질 정도로 차량이 줄었다.
유료인 남산 1·3호 터널의 통과 차량은 하루 8만3백여대로 작년 3월의 일평균 8만2천56대보다 2~3% 이상 줄어들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빠져 나가는 차량도 개전 후 평소보다 2∼4% 정도 감소했다.
자가용 운행이 줄면서 대중교통 이용객이 늘고 있다.
SK(주) 울산공장의 경우 지난달 하루 평균 5백10명이던 통근버스 이용 직원이 요즘에는 7백65명으로 늘어났다.
현대중공업 등 현대그룹 계열사들은 통근버스 이용 직원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운행 횟수를 늘려야 할 처지다.
카풀도 활성화될 조짐이다.
울산 남구 무거동 선경아파트에 사는 전찬복씨(38·여)는 아침 출근 때 자신의 차에 동네 주민 3명을 함께 태운다.
전씨는 "평소에는 다른 사람 차에 타기를 꺼렸지만 요즘에는 기름값 때문에 카풀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서민들의 체감 경기를 가장 빨리 안다는 택시 기사들도 승객 격감으로 울상짓고 있다.
회사 택시를 모는 박모씨는 요즘 한밤 중에 강남 명동 등 유흥가를 한참 돌아다녀도 허탕치는 일이 많아졌다.
박씨는 "밤 10시만 넘으면 손님 태우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사납금을 채우려면 보통 때보다 2∼3시간 더 일해야 해 죽을 맛"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젊은이들이 많이 몰리는 서울 극장가도 평소에 비해 '한산한' 분위기다.
강남역 인근의 한 극장 매표직원은 "전쟁 전부터 손님이 줄어들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평소보다 10~20% 정도 예매표가 덜 나간다"고 말했다.
해외 여행객 감소도 완연하다.
서울 도심의 공항터미널을 통한 출국자 수는 이달 들어 5백명 이하로 평소보다 30% 정도 급감했다.
미국에 대한 보복 테러 위험으로 미국행 항공기 탑승률은 평소보다 10% 정도 줄었고 그나마 중동행 비행기를 타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도심공항터미널을 운영하는 한국도심공항터미널 이경진 여행사업팀장은 "여행객뿐 아니라 기업인들의 예약 취소 문의도 부쩍 늘었다"며 "테러 위험으로 출국 자체를 꺼리는 것 아니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회부 종합 so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