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떠안았던 한보철강이 지난 97년 1월 부도 이후 만 6년 만에 새 주인을 맞게 됐다. 권호성 AK캐피탈 사장과 나석환 한보철강 사장은 12일 서울 은행연합회 회관에서 채권은행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보철강 자산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AK캐피탈은 오는 7월 중순까지 계약이행 보증금 1백억원을 포함, 총 3억7천7백만달러의 매각대금을 납입해야 한다. AK측이 계약금과 잔금을 내기로 한 날짜를 지키지 못할 경우 법원은 계약을 파기하고 보증금을 몰수하게 된다. 사실상 해외매각 =AK캐피탈은 앞으로 한보철강의 설비 및 인원을 인수해 실제 경영을 맡을 새로운 법인의 설립을 추진하게 된다. 자본금 2억달러의 신설법인 최대주주는 현재 5천만달러 이상의 투자의향을 밝힌 영국 푸르덴셜자산운용(PPM)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권 사장은 지분 10% 내외를 확보, 대주주 겸 공동대표로 경영에 참여할 예정이다. 신설법인의 최고경영자(CEO)로는 미국 피너클스틸사의 크리스 거스 힐러 사장이 내정됐다. 또 미국 철강업체인 버밍햄스틸 출신 엔지니어 등 20여명도 신설법인에 참여키로 해 한보철강은 사실상 이들의 위탁경영을 받게 된다. 남은 과제 =2천3백57억원에 달하는 한보철강의 조세채무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이는 한보철강이 공장설비를 들여오면서 체납한 관세와 법인세 등에 이자가 합해진 것이다. 일단 정부는 현가할인 방식을 적용할 방침이다. 조세채권을 연 5~6% 정도의 금리를 적용, 현가할인할 경우 1천억원이 조금 넘는다. 20년간의 법정관리기간 동안 분할상환받는 2천3백57억원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경우 1천억원과 같다는 의미다. 그러나 매각대금이 적어 정부가 이를 모두 챙기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대 채권자인 자산관리공사는 채권비율대로 나눠 가질 경우 실제 정부가 가져가는 몫은 2백억원이 채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확정이 안된 AK캐피탈의 자금조달 계획도 변수다. AK측은 아직 자금을 완전 확보치 못한 상태로 본계약서를 담보로 자금조달에 나설 계획이다. AK 관계자는 "이미 본계약 체결을 전제로 외국계 금융기관으로터 대출 의향서를 받았다"며 자신감을 표시했다. 총 조달금액도 매각대금보다 7천만달러 많은 4억5천만달러를 확보, 나머지는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인 만큼 매각대금 마련 자체는 문제가 안된다는 것이다. 전망 =한보철강의 완전 정상화 여부는 상승세를 타고 있는 철근 형강 등 철강제품의 가격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느냐에 달려 있다. 원재료인 고철의 안정적 조달도 관건이다. AK측은 "버밍햄스틸 출신 신임 경영진들이 원재료의 안정적 공급을 책임질 것"이라며 "철근 가격도 안정세를 타고 있어 정상화되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증권 김경중 연구위원은 "철강경기가 내리막으로 들어설 경우 금융비용의 상승과 판매가격 하락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심기.오상헌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