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올해의 키워드를 조사한 결과 '인재'라는 응답이 '월드컵'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다.

삼성 LG 등 대기업들은 '1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인재 1명'을 찾으러 국내외를 뛰어 다녔다.

그만큼 기업의 최고 자산은 역시 '사람'이라는 말을 실감케 만든 한해였다.

이런 가운데 국내 대학졸업생들의 경쟁력은 26점이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발표가 나올 정도로 최고 인재를 길러내는 대학에 대해 기업들의 불만이 많았다.

다가오는 새해, 대학들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CEO가 만난 모교 총장-홍익대 편'.

장병기 홍익대 총장과 이영관 도레이새한 사장이 만나 '기업이 필요로 하는 우수인재 양성'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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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관 사장 =올해 홍익대는 연구시설을 확충하고 공학 및 첨단기술 분야의 투자도 늘리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하더군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하고 있나요.

▲ 장병기 총장 =대학로에 국제디자인 대학원(IDAS)을 개설해 실기교육에 나서고 있습니다.

수원시 화성에도 11만평에 이르는 테크노아트 캠퍼스를 신설했습니다.

이곳은 학교의 연구.실기 공간이자 지역사회의 관광명소 및 문화체험공간으로 태어날 겁니다.

지난 9일엔 서울캠퍼스에서 멀티미디어관 기공식을 가졌지요.

2006년 완공되면 특수대학원과 공대 등이 들어서고 지역사회의 복지시설로도 이용될 겁니다.

앞으로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해 캠퍼스를 예술이 넘치는 공간, 차가 없는 쾌적한 교육.문화 공원,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장소로 꾸밀 생각입니다.

▲ 이 사장 =무한 경쟁시대를 맞아 취업난이 심각해지고 있죠.

도레이새한도 지난해 3백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도 17명을 뽑는데 2백60대 1을 기록했습니다.

홍익대는 어떤 인재를 배출하고 있나요.

▲ 장 총장 =과거 기업들은 '책임감 있는 성실한 인재'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21세기 새로운 인재상은 '창의성, 자발성, 모험심, 도전정신'입니다.

문제는 과거와 달리 학생들이 복수전공이나 제3전공 등으로 다양성을 추구하다가 한가지 전공도 터득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홍익대는 앞으로 전공간 연계교육을 통해 기능인보다는 창의력 있는 인재를 양성할 계획입니다.

예컨대 '디자인분야는 물론 인문학적 상상력까지 갖춘 리더를 길러내자'는게 장기 비전입니다.

▲ 이 사장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요즘 학생들은 어학이나 자기표현 능력은 예전보다 나아졌습니다.

그러나 최근 전경련이 대학졸업생들의 경쟁력이 1백점 만점을 기준으로 26점에 불과하다고 발표한 것처럼 여전히 기업이 요구하는 경쟁력을 갖췄다고는 볼 수 없죠.

일본에선 입사후 3년이면 완벽한 업무수행 능력을 갖는다고 합니다.

국내 기업에선 대졸 신입사원을 산업현장에 투입했을 때 2∼3년이 지나야 겨우 일을 시킬 정도라고 합니다.

대학에서부터 팀워크와 창의력을 터득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개발해야 할 겁니다.

▲ 장 총장 =홍익대 출신으로서 후배들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하나요.

▲ 이 사장 =홍익대는 미술분야의 전통을 기반으로 창의적이고 감성적 사고가 뛰어난 인재를 육성하는 대학이란 이미지가 강한 것 같아요.

최근에는 인문사회와 공학 분야에도 실용적이면서도 전공에 능통한 학생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 장 총장 =그렇습니다.

홍익대는 디자인분야 졸업생중 상당수가 르노, 피아트, 닛산 등 해외 기업에서 활동중일 만큼 국내 미술 디자인 분야에선 최상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인문.사회분야와 첨단 실용학문도 꾸준히 발전시켜와 서울과 조치원 캠퍼스에 있는 공대 및 상경계열도 상위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 이 사장 =이공계 기피현상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 학교에서 접하는 이공계 학생들의 수준은 어떤가요.

▲ 장 총장 =예전보다 학업 수준이 떨어지는게 사실이죠.

홍대는 아직까지 건축공학과 등 경쟁력 있는 학과가 있지만 앞으로 연구분야의 질적 저하가 우려됩니다.

너도 나도 전공을 선택할 때 돈벌이가 잘되는 법대나 의대만 선호한다는게 문제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교육을 강화해 초.중.고교 시절부터 학생들에게 과학자의 꿈을 키워줄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 이 사장 =기업에서 이공계 기피현상을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엔지니어들이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려는 마음가짐을 갖는게 중요하겠죠.

사회적으로도 엔지니어를 홀대하는 풍토가 개선돼야 합니다.

정부부처나 기업에서 엔지니어들이 정책을 담당하는 위치에 중용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게 시급하다고 봅니다.

▲ 장 총장 =홍익대는 최근 산업과 학문의 접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조치원에 있는 조형대학에 멀티미디어 디자인, 영상.영화, 애니메이션, 소프트미디어, 게임 등의 전공을 설치해 실무형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27개 벤처회사와 함께 산학협동 과정도 운영하고 있죠.

대학로 캠퍼스에서도 외국인 디자이너들이 직접 강의하는 '디자인과 경영'과 디자인 전공 학생을 대상으로 한 '재료생산공정'이란 공대 강의를 개설했고 '현대사회와 디자인' 등의 교양과목도 운영하고 있죠.

대학에서는 현장에서 바로 일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고 기업에서는 필요한 분야의 인력양성을 지원해 준다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텐데요.

▲ 이 사장 =그렇습니다.

산학협동이 잘되려면 대학은 산업에 바로 이용가능한 기술개발에 노력하고 기업은 장기적 안목에서 대학을 지원해야 합니다.

대학도 산업현장의 인력을 위한 교육기회를 넓혔으면 합니다.

일본 도레이의 경우 대부분의 현장 기술자들이 박사급 고급인력인데 박사학위는 입사후 현장에서 일하는 동안 쌓은 기술력으로 딴 것이죠.

일본 대학들이 토.일요일에 주말반 교과과정을 편성해 산업 인력들이 자기계발을 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우리도 현장 인력을 위한 주말반 과정을 만들면 어떨까요.

▲ 장 총장 =좋은 의견입니다.

홍익대도 이미 직장인들을 위해 토요일에 교육 및 행정, 경영학 관련 강의를 열고 있는데 앞으로 공학분야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이 사장 =도레이새한도 노조와 경영이 조화를 이루는 회사가 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새한그룹에서 분리돼 한.일합작으로 창립한 지 3년밖에 안됐지만 올해 4백20억원의 경상이익을 낼 만큼 많이 발전했습니다.

발전의 토대는 독특한 노사문화입니다.

직원 8백50명의 평균 근속연수가 11년에 달할 정도로 애사심이 강하다는 점을 적극 살릴 계획입니다.

정리=정구학.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