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개선해야할 'EU안정화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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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유로지역의 경제활동은 현재 정체상태에 빠져 있다.
그럼에도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인하를 꺼리고 있다.
인플레를 2% 이하로 묶어 두기 위해서다.
또 유럽연합(EU)의 각국 정부들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이내로 제한한다는 '성장과 안정화 협약' 때문에 적절한 경기부양책을 쓰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 EU의 통화정책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럽 정책 결정자들은 이같은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
이들은 유로지역의 경기침체는 경제의 구조적 경직성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노동과 자본시장의 경직성이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이는 어느 면에서 타당한 주장이다.
그러나 잘못된 거시경제 정책 또한 경제성장을 가로 막는다.
실업률이 높을 경우 유권자들은 경제구조 개혁에 동의하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 경제학자 장 폴 피토시와 제로미 크릴은 최근 "유로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ECB와의 안정화 협약을 시급히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ECB가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 '인플레율 2% 미만'은 너무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대다수 국가들의 중앙은행은 이보다 높은 수준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영국과 호주의 기준 인플레율은 2.5% 이내다.
1990년까지 2% 이내의 인플레율을 목표로 했던 뉴질랜드도 최근 3%로 상향 조정했다.
이들은 나아가 인플레율 목표치는 ECB에서 결정할 것이 아니라 유럽의회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럴 경우 각국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결정한 정책을 쉽게 비판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게 그 논거다.
현재 유럽 각국들에 필요한 것은 정부가 적절한 경기부양책을 쓸 수 있을 만큼의 자율성을 가지는 것이다.
그러나 안정화 협약하에서 각국 정부들은 경제가 심각한 침체국면에 빠져 있어도 오로지 재정적자를 GDP대비 3%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는 기준을 맞추기 위해 긴축 정책을 펴야 하는 아이러니를 안고 있다.
나라마다 물가상승 속도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
EU라는 단일 경제권에 속해 있는 국가 중에서도 독일처럼 이미 물가가 비싼 나라들은 아일랜드와 같이 물가가 싼 나라들보다 인플레 압력을 덜 받을 것이다.
따라서 독일 같은 나라는 보다 과감한 재정정책을 써도 무방하다.
또한 동유럽처럼 한창 성장국면에 있는 나라들이 만약 유로를 채택하게 될 경우 ECB의 인플레 기준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들 나라는 기존 회원국들보다 GDP수준이 낮다.
이들이 경제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높은 인플레율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안정화 협약은 이러한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안정화 협약은 폐기되어야 하는가? 단일통화공동체 내에서는 어느 정도의 재정적 기율이 필요하기 때문에 부분적 수정에 그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안정화 협약은 경기순환 사이클에 맞춰 유연하게 조정될 필요가 있다.
이는 각 나라 정부들에 경기 침체에 대응할 수 있는 자율성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부채수준이 정말 문제가 된다면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다른 합리적인 장치를 만들 수도 있다.
정리=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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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코노미스트지 최신호(10월21일자)에 실린 'Re-engineering the euro'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