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1천5백m 결승전에서 김동성 선수가 오심으로 금메달을 뺏기자 사이버 공간은 네티즌들의 분노로 폭발했다. 판정이 잘못됐다는 의견부터 사이버 시위를 선동하는 글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쉴새없이 쏟아졌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게시판 코너(news.daum.com)에 '해리포터야!'라는 이름으로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미국 정말 너무하다. 사과하고 금메달을 돌려달라"는 글을 올렸다. '유수민'이라는 네티즌은 "미국 때문에 한국 네티즌들이 화났다"며 미국과 안톤 오노 선수에 대한 분노를 사이버상에서라도 표출하자는 의견을 게시했다. 인터넷뉴스 '뉴스보이(www.newsboy.co.kr)'는 네티즌들의 사이버시위 모습을 별도의 섹션으로 다뤘다. '프로그래머'란 아이디로 글을 올린 네티즌은 사이버시위를 선동하며 폭탄메일을 보내야 하는 주소 40여개를 알려주기도 했다. 네티즌 '정길재'씨는 '이번 사건도 분명 멀지않아 잊혀질 것'이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오노스럽다'라는 말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사용하자는 의견을 개진했다. 네티즌들의 분노는 끝내 반미감정으로까지 번졌다. 국방부를 비롯한 군 관련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차세대 전투기종 선정 과정에서 미국의 F-15 전투기를 절대 구매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또 민중가요 보급 사이트 송앤라이프닷컴(www.songnlife.com)에서 올린 미국을 비난하는 내용의 패러디 가요는 순식간에 야후나 하이텔 등 다른 사이트 게시판으로 번져 수만건의 조회를 기록하고 있다. 우버아이해외쇼핑(www.uberi.com)은 항의의 뜻으로 쇼핑몰 초기 화면을 항의문으로 바꾸고 미국 쇼핑몰을 통한 해외쇼핑 서비스를 동계올림픽이 끝나는 25일까지 중단했다. 인터넷서점 모닝 365(www.morning365.co.kr)는 금모으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불운의 스타' 김 선수에게 금메달을 걸어주기 위해서다. 이 사이트 '김동성 힘내라' 코너에는 김 선수를 격려하는 글이 하루 1천건 이상 올라오고 있다. 한편 김동성 선수도 직접 자신의 심정을 인터넷에 올렸다. 그는 다음카페(cafe.daum.net)에 이번 판정이 명백한 오심이었으며 자신도 속이 상하지만 성원해준 국민들을 생각해 다음 올림픽을 준비하겠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올림픽 정신은 국적과 인종,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정정당당한 경기로 세계 평화를 도모하자는데 있다. 그러나 이번 솔트레이크 올림픽은 한 선수의 피땀어린 노력을 눈물로 얼룩지게 했을 뿐 아니라 한국인의 자존심에도 큰 상처를 입혀 또 하나의 잊혀지지 않을 경기로 남게 됐다. < keddy@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