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를 마치며 ]
한국인들은 지난 한 세기 동안은 어떤 직업들에 종사하면서 살아 왔을까? 이에 대한 답이야 역대 직업연감에 정확하게 적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직업은 우리의 소설작품 속에 어떻게 수용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답을 빨리 못 찾은 것은 1백년 동안 축적된 우리 소설의 양이 만만치 않아서 조사하기가 쉽지 않기도 했지만 막상 직업적 전문성이 소설작품에 뚜렷하게 드러나는 예가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앞서기도 해서였다.
이번 기획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 예감이 일부 적중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20세기 명작 단편으로 손꼽는 상당수 작품들은 작중 주요인물들의 직업적인 입체성이 빈약한 편이었다.
도시소설 계보의 앞머리와 허리를 각각 담당한다고 볼 수 있는 1930년대 이상의 "날개"나 1960년대 김승옥의 "서울,1964년 겨울" 주인공들은 모두 룸펜이다.
이어 1980년대 윤후명과 1990년대 윤대녕 소설로 이어지는 룸펜급 주인공들까지 합하면 한국소설과 직업은,머리에 든 것은 많은데 직업을 갖지 못하는 "고급 룸펜"이나 "낭만적인 독신 방랑자"의 모습이 두드러져 있는 셈이다.
또한 소설가 자신이 직접적으로 앓고 있는 현실적,정신적 문제에 천착하면서 그 작중 인물의 직업을 소설가나 시인,예술가로 삼은 예가 아주 많았다.
직업인 중에도 비정규직이라 볼 수 있는 노동자나 특수업 종사자들,작부나 호스티스들이 즐겨 다루어지는 반면 정규직 종사자들의 직업적 체험은 심도 있게 조명되지 못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런 점은 사색과 낭만에 기초하는 문학의 속성,그리고 우리 소설이 지닌 "내성 지향"과 연관이 큰 것으로 이해된다.
반면 염상섭이나 채만식,이청준,황석영,이문열 등 소설의 규모와 다양성 면에서 앞자리에 놓일 대형작가들의 작품들에서 역시 다양한 직업 유형의 등장인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연재할 때는 다루지 못했지만 전문직 종사자(전광용의 "꺼삐딴 리"등),교사(전상국의 "우상의 눈물"등),군인(김용성의 "리빠똥 장군"등),대학생(강석경의 "숲속의 방"등),전업주부(박완서의 "지렁이 울음소리"등)가 주인공으로 맹활약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가 이처럼 소설 속에 다양한 직업인들이 활개 치도록 박수를 보내는 것은 실제 직업인들의 분발을 기대해서이기도 하고 또한 그들에게 삶을 진단하고 진로를 모색하게 해줄 소설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서이기도 하다.
박덕규(소설가.협성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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