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구조조정 등으로 여러 회사로 나눠질 경우 근로승계 여부는 근로자의 의사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근로승계란 특정 회사에서 일해온 근로자가 분할된 회사에서 계속 근무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이에 따라 신설 회사에 대한 일괄 승계조치로 퇴직금을 못받거나 적게 받을 위험에 처한 근로자가 분할전 회사로부터 퇴직금을 받은뒤 분할회사에서 다시 근무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서울지방법원 제41민사부(재판장 김선종 부장판사)는 2일 진로건설 근로자였던 김모씨 등 8명이 진로건설을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김씨 등은 파산선고를 받은 진로건설의 토목 및 건축업 부문이 지난해 4월초 제이알종합건설로 분할 설립돼 자신들의 근로관계가 일괄 승계된 것을 몰랐다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같은해 5월과 8월 진로건설에 사직원을 제출했다. 김씨 등은 같은해 6월과 9월 제이알건설에 입사했다. 김씨 등은 "진로건설에서 일하다 퇴직했으니 퇴직금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진로건설측이 "상법에 따라 2000년 4월1일자로 제이알건설에 근로관계가 자동 승계된 만큼 퇴직금을 줄 수 없다"며 거부하자 이같은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상법은 근로자의 개별적인 동의없이도 분할하는 회사의 근로관계를 분할되는 회사에 승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근로자가 거부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아무런 절차없이 강제로 승계시키는 것은 민법의 근로자 권리보호 취지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대륙의 김혜영 변호사는 "회사 분할 과정에서 근로자에게 자신들의 근로승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절차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를 지닌 첫 판결"이라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