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컴(대표 황기선)은 설립된지 1년7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출내기 벤처기업이지만 통신시장에 판도 변화를 불러 일으킬지도 모르는 '무서운 신예'다. 이 회사는 디지털신호처리기 칩을 10년동안 다룬 황기선 대표와 서울대 전자공학부 박사과정 학생들이 뭉쳐 지난해 4월 설립한 회사다. 주력 사업은 블루투스 기술과 인터넷전화(VoIP) 기술을 접목시키는 것. 블루투스란 가전제품 통신제품 PC 등을 무선으로 연결해 통제 및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현재는 전화기는 전화기끼리, 컴퓨터는 컴퓨터끼리 따로따로 연결돼 있지만 전자제품 통신제품 PC를 무선으로 묶을 수 있는 것이 블루투스다. 블루투스가 상용화되면 휴대폰으로 냉장고를 켜고 TV 프로그램을 녹화할 수 있게 된다. 블루투스를 주창해온 에릭슨 노키아 도시바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블루투스 칩을 장착한 가전 통신 PC 제품을 어떻게 보급시킬지 골몰하고 있다. 클립컴은 한 술 더 떠 블루투스에다 VoIP를 갖다 붙였다. VoIP는 음성을 인터넷으로 주고 받는 것. 클립컴은 무선 모듈인 블루투스와 유선 인터넷을 결합시키는 장치인 액세스 포인트(제품명 블루 스테이션)를 지난 8월 개발했다. 이 제품은 블루투스 인증기관인 블루투스SIG로부터 인증받았다. '블루 스테이션'은 일종의 변환장치다. 블루투스 칩을 내장한 휴대폰(무선전화기)으로 전화를 걸면 음성이 일차적으로 '블루 스테이션'에 전달된다. '블루 스테이션'은 음성을 유선 인터넷 신호로 바꿔 전송한다. 인터넷으로 도착한 음성은 또 다시 '블루 스테이션'을 거쳐 블루투스 휴대폰에 전달돼 통화가 이뤄진다. 블루투스와 VoIP를 결합하면 무선-유선-무선의 과정을 거쳐 휴대폰 통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이 경우 무선으로 음성이나 데이터를 주고받기 위해 설치된 '비싼' CDMA망이나 GSM망을 이용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휴대폰을 사용할 경우 10초당 요금이 17~21원에 이르지만 유선 인터넷망 사용은 무료이기 때문이다. 클립컴이 '대박'을 터뜨리느냐, 아니면 무명 벤처로 쓰러질 것이냐 여부는 블루투스가 얼마나 빨리 확산될 것인지와 무선통신 회사들이 이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달려 있다. 클립컴은 전세계 주요 전자 통신업체들이 블루투스를 서두르고 있으며 칠레 2대 통신사업자인 펠레포니카 델 수르가 '블루 스테이션'을 공급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두 가지 사례를 들면서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02)872-2927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