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황소장세' 이어질까..다우 두달새 21%.나스닥 36%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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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로 황소가 들어가고 있다.
곰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퇴각하는 탈레반처럼 맥없이 증시를 떠나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강세 국면인 황소장세(bull market)에 진입했다.
다우와 나스닥지수 모두 최근의 저점에서 20% 이상 상승, 약세장인 곰장세(bear market)를 몰아냈다.
9.11 테러로 사경을 헤매던 황소는 잇단 금리인하, 일부 경기지표 호조, 국제유가 급락, 밝은 아프가니스탄 전황 등에 힘입어 기력을 되찾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장세가 진정한 상승세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단지 '황소 가면을 쓴 곰장세'라는 것이다.
◇ 황소장세 국면 =다우지수는 19일 1.1%(1백9.47포인트) 오른 9,976.46으로 10,000선 고지에 바짝 다가섰다.
이는 가장 최근의 저점인 지난 9월21일(8,235.81)보다 21% 오른 수준이다.
보통 주요 지수가 저점 대비 20% 이상 오르면 황소장세라고 부른다.
이날 나스닥지수도 1.9%(35.84포인트) 상승한 1,934.42를 기록해 9월21일의 저점 대비 36% 올랐다.
다우와 나스닥지수가 모두 저점 대비 20% 이상의 상승권에 진입, 미 증시는 공식적인 황소장세가 됐다.
이번 황소장세는 1942년 4월28일부터 46년 3월29일까지 약 4년간 다우지수가 1백28% 오르는 호황기를 기록한 이래 열한번째다.
◇ 황소장세 요인 =아프간 전쟁의 조기종결 기대,잇따른 금리 인하로 인한 미국경제 회복 전망, 국제유가 급락 등이 증시를 황소 놀이터로 만들었다.
우선 한달 보름간의 공습과 지상군 작전으로 아프간 전쟁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는 전황은 증시의 활력소다.
예상보다 좋게 나온 10월 경기지표들도 증시의 자양분이다.
소매 판매가 7.1%나 급증, 예상 증가율의 약 3배에 달했으며 신규주택 착공수는 1.3% 감소에 그쳐 예상(4.5% 감소)보다 좋았다.
산업생산이 1.1% 줄었지만 이는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휴렛팩커드 월마트 시스코시스템스 등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실적도 예상치를 상회하거나 충족시켰다.
지난달 물가는 0.3% 하락, 올들어 10월까지 인플레율이 2.1%의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에 따라 금년들어 10차례에 걸쳐 금리를 6.5%에서 2%로 4.5%포인트나 내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물가불안 우려 없이 금리를 더 내릴 수 있게 됐다.
급락중인 유가도 경기회복 기대감을 부추기면서 증시 시세판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테러 직후 배럴당 31달러까지 폭등했던 국제유가(브렌트유 기준)는 원유 소비감소와 유가 인하전으로 17달러선으로 떨어졌다.
유가가 10달러 떨어지면 세계 무역은 0.5% 늘어난다.
◇ 향후 전망 =하락 반전과 상승 지속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
하락 반전을 점치는 전문가들은 이번 주가 급등세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롭게 주가를 부추길 만한 뚜렷한 요소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메릴린치의 수석 애널리스트 리처드 매카브는 "주가수익률이 높고 기업 수익이 저조한 상황에서 주가가 계속 오르기를 기대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한다.
반면에 상승 지속을 예견하는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 미 경제회복 가능성과 그에 따른 주식 선취매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상승세가 내년 1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모건스탠리의 글로벌증시 전략가 제이 펠로스키는 "미국 경제가 바닥을 다지고 있다"며 추가 테러와 같은 돌발 악재가 없는 한 주식매수 세력은 꾸준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정훈 전문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