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사회연구원장과 현대투자자문 전무를 지낸 이 풍씨(58)가 선교사 겸 교수로 인생행로를 바꿔 키르기스스탄에서 활동하다 최근 안식년을 얻어 서울에 들렀다. 그는 1997년 10월 국내 대학으로부터의 교수직 제의를 마다하고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쉬켓에 정착했다. 선교사 활동을 하면서 비쉬켓인문대학 한국어과에서 '한국경제론'과 '비교체제론'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구 소련이 붕괴된후 현대 자본주의 경제학을 아는 사람이 드물어 그의 강의는 현지 학생들로부터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는 66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79년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비교체제론으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90년대초 태백예수원의 대천덕(미국이름 루벤 토리)신부님을 만나면서부터 선교사가 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는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다 고려인들이 힘들게 사는 모습을 보고 키르기스스탄에 정착키로 결심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현지에 정착하면서 비쉬켓인문대에 일자리를 마련했다. 그는 80년대말부터 구 소련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의 전문분야는 소련에서 분리 독립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토지제도에 관한 연구.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토지만 갖고 놀고 먹는 계층이 있습니다.자본재인 토지는 소비재와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공유돼야 합니다.사유화된다 해도 이익은 사회가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절충하면 최상의 효율성을 거둘 수 있는 제3의 경제체제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키르기스스탄은 구 소련이 해체되면서 독립 아닌 독립을 하게 된 나라. 종교적으로는 회교와 무신론이 주류다. 아직 공산주의가 남아 있어 종교와 경제활동에는 장애물들이 있다. 그러나 선교사로서 한국에서 활동할 때보다 바쁘고 보람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한국의 후원자들이 보내주는 작은 정성들을 모아 현지인들에게 따뜻한 빵과 수프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재선 아산재단 사무총장 등에게 감사 드린다"고 덧붙였다. "생전에 남북한이 통일된다면 북한으로 달려가 통일경제와 북한의 토지문제 등을 연구,이상적인 국가 건설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그는 "죽을 때까지 봉사활동을 하며 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을 떠난 지 4년만에 1년간의 안식휴가를 얻은 이 교수는 선교활동을 위해 다음달 5일 다시 돌아갈 예정이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