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이후 미국 증시 하락과 현물 약세가 이어지면서 지수선물이 하락압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뮤추얼펀드 환매압력이 가중되는 가운데 삼성전자, 포항제철 등 지수관련 우량주의 폭락세가 이어져 하락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 시장 마감 이후 국내 시장 개장초 30분간 지그재그로 급등락하다 거래범위를 잡고 변동성이 축소되는 '갭 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쟁 불안감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시장참가자들의 포지션 매매는 점차 사라지고 장중 등락이 단기 투기적 대응에 국한된 상황에서 장마감에서 '오버나잇 회피용' 매매 패턴이 예상된다. 21일 코스피선물 12월물은 전날보다 0.80포인트, 1.37% 내린 57.80으로 마감, 이틀째 하락했다. 장중 56.70까지 떨어지며 최근월물 기준,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으나 개인과 장막판 외국인의 투기매수로 낙폭을 다소 줄이며 마감했다. 코스피200지수는 삼성전자와 포항제철이 외국인의 급매도로 폭락하며 전날보다 1.11포인트 하락한 58.23으로 마쳤다. SK텔레콤이 낙폭 과대 인식에 합병 재료가 추가되며 상승하고 한국전력이 달러환율 하락과 기관 순매수 유지 영향에 상승하면서 낙폭이 확대되지는 않았다. 시장베이시스는 장중 마이너스 0.3∼0.6 수준을 보이다 마이너스 0.43으로 마쳤다. 전날보다 백워데이션이 완화되며 프로그램 매매는 활발하지 못했다. 프로그램 매수는 비차익 126억원 위주로 160억원, 매도는 차익 90억원 중심으로 113억원을 기록했을 뿐이다. 대우증권 투자정보팀의 이종원 연구원은 "백워데이션이 지속되고 있으나 전날보다 다소 완화되고 공매도가 제한돼 매도가 많지 않았다"며 "그렇다고 베이시스가 좋은 것도 아니어서 매수차익거래도 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매매주체별로는 외국인이 1,307계약, 개인이 2,221계약의 순매수를 한 반면 증권은 223계약, 투신은 3,499계약을 각각 순매도했다. 기관은 매도자제 자율결의를 했다가 어느새 '순매수 유지 결의'로 치환되며 '제재 운운'까지 거론되자 마지못해 따르는 기색이 여전했다. 투신은 '순매수 유지'와 상관없는 선물에서 매도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린 셈이다. LG투자증권 금융공학팀의 조철수 연구원은 "외국인은 장내내 방향성을 찾지 못하다가 개인 매수에 장후반 코스닥의 낙폭만회에 편승해 순매수 규모를 일시에 늘렸다"며 "단기 투기적 성격이어서 추세를 논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의 이종원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매매비중이 이전 10%대에서 5%대로 감소하는 등 눈치보기가 이뤄지고 있다"며 "12월물이 최근월물이 된 이래 외국인이 4,000여계약 정도 누적 순매수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관심거리"라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은 여전히 미국의 공격시기에 집중돼 있다. 테러라는 외부충격을 시장이 흡수해가고는 있으나 여전히 보복공격과 전쟁 우려감이 새로운 충격의 강도를 가늠할 수 없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이 비춰지는 모습이어서 이런 사태가 미칠 경기침체 파장이 국내외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렇게 애태우게 하느니 빨리 공격개시가 있었으면 한다'는 말이 떠도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LG의 조철수 연구원은 "미국 전쟁에 대한 명확한 사인이 없다면 다음주 뿐만 아니라 약세국면이 지속될 우려가 있다"며 "심리적 안정감을 찾기 전까지 하락압력을 추세적으로 역전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이 공격을 하고 장기화 우려감이 사그러질 때까지는 하락압력이 가중될 것"이라며 "미국 투자자들이 안전성을 고려해 환매할 경우 외국계 기관 역시 보유비중을 줄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