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기업 위기론에도 불구하고 벤처 열풍은 뜨겁다. 그러나 과거처럼 무조건적인 자세로 덤비기보다 벤처 창업의 의미와 과정을 차분히 되새겨봐야 할 시점이다. "하버드 창업 가이드(원제:Entrepreneurship)"(아마 하이드 외 지음,지용희.오세종 옮김,21세기북스,1만2천원)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지의 창업에 관한 글을 엄선한 책이다. 교수와 벤처캐피털리스트,연구원 등이 미국 벤처기업의 성공사례를 정리한 창업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창업 목표와 전략 설정,재무 관리,투자 유치와 무자본 창업,기술 상업화 등 벤처 창업시 점검해야 할 사항들을 다루고 있다. 휴렛패커드,페더럴 익스프레스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어떻게 아이디어를 상업화했는지 생생하게 제시돼 있다. 전설적인 투자자 아서 록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어떤 창업자가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지도 밝히고 있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내용에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벤처 창업자는 목표를 확실히 하고 경영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신규 벤처는 창업자의 능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이다. 또 자신이 실무 아이디어 맨이 아니라 경영자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둘째 신규 벤처는 융통성과 추진력을 겸비해야 한다. 투자유치만을 염두에 둔 사업 계획이나 전략으로는 안된다. 자본가들은 규모가 크고 안정적인 사업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사업 초기에는 완벽한 사업 계획을 세울 수 없으므로 틈새시장을 주목하는 것이 유리하다. 투자자 입맞에 맞추기보다는 차라리 투자 없이 소자본으로 창업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셋째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라도 상품화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기술을 상업화할 능력을 보유하고,신제품 출시 시기와 경쟁전략 수정 등 모든 과정에서 아마추어 자세를 버려야 성공할 수 있다. 이 책에서 특히 강조하는 것은 "창업의 성공은 결국 사람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저자들이 창업자의 능력을 중시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창업자는 임기응변과 역동적인 추진력이 중시되는 창업 단계에서부터 그 이후의 단계들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기업가로 성장하는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내일의 CEO를 꿈꾸는 예비 창업자는 물론 창업 단계부터 성공의 길을 찾고 있는 벤처기업 CEO에게도 좋은 지침서가 될 것으로 확신하다. 오재인 < 단국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