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엔화 흐름에 연동돼 지난주부터 시작된 하락과 상승의 시소랠리를 끝내고 이틀 내리 상승했다. 시장참가자들은 달러화와 엔화가 동시에 약세로 향하는 흐름 속에서 전망은 시계제로 상태였다. 향후 방향이 엇갈리면서 팽팽하게 맞서기만 할 뿐 환율 움직임은 제한됐다. 엔화 약세 흐름을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감이 가로막고 있으나 좀 더 오를 수 있는 여지가 있어 보인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3원 오른 1,288.50원에 마감했다. 오전장은 1,287원선을, 오후장은 이보다 소폭 오른 1,288원선에서 말뚝을 박다시피 했다. 팔고자 하는 세력의 부재로 오전장중 오름세였던 환율은 오후 들어서는 엔화 하락을 틈 타 1,290원대를 3거래일만에 맞보기도 했다. 그러나 1,290원 이상에서는 대거 물량이 나와 위쪽으로도 제한돼 있음을 뚜렷하게 보여줬다. ◆ 더딘 상승 예상 = 달러/엔이 전날에 비해 큰 폭으로 오르긴 했으나 상대적으로 달러/원의 오름폭은 제한됐다. 휴일을 앞두고 조심스런 거래가 이뤄졌으며 이틀간 뉴욕장에서의 달러/엔과 역외선물환(NDF)환율의 동향이 관건이다. 엔화가 BOJ의 금융 완화를 배경으로 약세를 보일 것이란 견해와 미국의 경기 회복에 대한 지연이 최근 달러 약세를 이끌고 있음이 상반되고 있다. 달러화의 향후 방향은 소매판매와 산업활동 지표에 따라 판가름날 전망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가 엔 약세에 다시 불을 지피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며 "달러/엔이 122엔 초반으로 가지 못하고 반등하면서 박스권 상단인 125엔까지도 쉽게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1,290원 이상에서는 대기 매물이 많아 달러/엔을 따라 무작정 위로 가기도 힘든 흐름"이라며 "모레는 다소 위쪽으로 열린 가운데 1,285∼1,293원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엔만큼 원화 약세가 진행되지 않은 것은 1,290원 이상이면 고점이라는 인식으로 팔겠다는 세력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박스권 이탈의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엔과 연계된 NDF환율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주목해야 하며 더디게 오르는 움직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화와 엔화간의 동시에 진행되는 약세가 시장 참가자들의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두 나라간 경제 상황과 지표발표에 따른 순간적인 등락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업체의 실수 거래가 적어 과감한 플레이에 나서지 못하는 양상도 전망을 어렵게 끌고 있다. 위로는 물량에 대한 부담감, 아래로는 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팽팽히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 금융완화로 기지개 편 달러/엔 = 일본은행(BOJ)이 이틀간의 정책협의회를 마치고 추가적인 금융 완화에 나설 것을 천명, 엔화 약세를 조장해 원화를 동반 약세로 끌었다. 최근 몇 달 동안 정부와 정치권의 압력에도 불구, 기존 통화정책을 유지했던 BOJ는 이날 시중은행의 당좌예금 한도를 5조엔에서 6조엔으로 늘리고 월간 국채 매수 규모를 당초 4,000억엔에서 6,000억엔 규모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금융완화정책을 발표했다. 달러/엔은 전날 뉴욕장에서 122.50엔으로 상승세를 탄 뒤 개장초에도 이를 이었으나 닛케이지수의 상승 등으로 122.30엔대로 되밀렸다. 오후 들어 BOJ의 통화 완화 정책이 발표되자 달러/엔은 123.14엔까지 급등했으나 이내 차익실현 매물을 만나고 3.84% 급등한 닛케이지수가 달러/엔을 끌어내려 오후 5시 현재 122.80엔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은행권 부실과 통화 공급 확대에 대한 불신감 등이 있는데다 뉴욕장에서 발표 예정인 미국 소매판매가 나쁠 것으로 보여 달러화의 상승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엔화와 달러화가 앞다퉈 약세로 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셈. 오전장중 다소 부족해 보이던 시중포지션은 1,290원 이상에서 물량이 공급돼 어느 정도 채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역외세력은 오전중 매도에 나섰다가 달러/엔 급등을 따라 사자(비드)쪽에 잠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는 등 혼조세를 나타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환율은 전날보다 1.50원 오른 1,287원에 출발, 개장 직후 1,288원까지 올라선 뒤 주로 1,287원선을 거닐었다. 밤새 역외선물환(NDF)환율이 1,286/1,287원에 마감해 주로 보합권 움직임을 보였으나 개장초 달러/엔이 추가 상승한 것을 반영했다. 이후 달러/엔이 내림세로 전환하자 10시 23분경 이날 저점인 1,286.70원까지 다다른 환율은 결제수요로 1,287원선으로 복귀, 게걸음만 거닌 끝에 1,287.20원으로 오전을 마감했다. 오전중 이동 범위는 1,286.70∼1,288원으로 불과 1.30원에 그쳤다. 그러나 오후 들어 달러/엔이 123엔대에 올라선 것을 반영, 오전 마감가보다 3원 오른 1,290.2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개장 직후 이날 고점인 1,290.50원까지 치달았다. 그??이내 업체 네고물량과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고 달러/엔이 122엔대로 복귀하자 환율은 점차 밀리면서 1,288∼1,289원 언저리에서 주거래됐다. 오후 이동폭도 1,288∼1,290.50원으로 2.50원에 불과했다. 장중 고점은 지난 9일 기록한 1,292.10원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1,290.50원, 저점은 1,286.70원으로 하루 변동폭은 3.80원이었다. 엿새째 주식 순매도를 보인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126억원의 주식 순매도를, 코스닥시장에서는 28억원의 순매도를 나타냈다. 환율과 동떨어진 흐름으로 변수가 되지 못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5억7,85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5억1,37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3억6,800만달러, 1억2,880만달러가 거래됐다. 16일 기준환율은 1,288원으로 고시된다. 현물거래량은 지난 9일 이후 평소의 30∼40억달러 수준에서 20억달러선으로 뚝 떨어졌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