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인 품목에 기술력만 뒷받침되면 불황이 두렵지 않다' 불황이 깊어지는 가운데서도 몇몇 벤처기업들은 틈새시장 공략으로 성장세를 지속해 부러움을 사고 있다. 경쟁력 있는 제품을 무기로 불경기 속에서 사업 기반을 더 탄탄하게 다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내 카지노용 모니터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코텍,콘돔으로 멀리 아프리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유니더스,줄자 하나로 미국 시장을 석권한 코메론,자동포장기계를 수출하는 디에스아이,기능성 섬유소재로 외국 유명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는 은성코퍼레이션 등이 불황을 두려워하지 않는 벤처기업들이다. 이들 벤처기업은 세계 시장을 무대로 활동하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다. 모니터 제조회사인 코텍(대표 이한구)은 올 상반기 64억원 규모의 경상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경상이익(58억원)을 웃도는 이익을 상반기에 올린 셈이다. 코텍 기획팀의 이승주 차장은 "카지노용 모니터는 며칠씩 장시간 열을 받아도 색상이 변하지 않아야 한다"며 "기술력이 축적되지 않으면 접근할 수 없는 품목"이라고 설명했다. 유니더스(대표 김덕성)는 콘돔이나 수술용 장갑 같은 특수 고무제품으로 1백67억원(지난해 기준)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다. 올 상반기 결산에서는 95억원의 매출액에 19억원의 경상이익을 기록했다. 이 콘돔회사는 요즘 '아프리카 대박꿈'에 설레고 있다. 아프리카의 탄자니아와 케냐 정부가 에이즈 방지 캠페인용으로 콘돔 3억개를 수입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아프리카 시장 공략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유니더스의 정흥섭 부장은 "아프리카 물량으로 하반기에 실적이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코메론(대표 강동헌)도 유니더스처럼 한 품목으로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벤처기업이다. 코메론의 품목은 줄자(계측기구)다. 매출액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0%. 코메론은 최근 시판한 자석후크자켓 줄자가 히트를 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메론의 이 신제품은 산업자원부의 밀레니엄 상품으로도 선정됐다. 백승운 기획과장은 "구미 시장에서 자석후크자켓 줄자가 먹혀들면 매출액 2백46억원과 경상이익 61억원의 올해 목표를 가볍게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포장기계 분야에서 세계 3위에 랭크돼 있는 디에스아이(대표 김진철)도 올 하반기 양호한 영업실적을 거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디에스아이의 신두익 차장은 "오랫동안 공들여온 중국 시장에서 올 하반기 들어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불경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연초 제시했던 목표인 매출액 2백90억원과 경상이익 25억원을 어렵지 않게 달성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의 3M 등에 첨단 섬유소재를 공급하고 있는 은성코퍼레이션(대표 이영규)도 선전이 기대된다. 은성코퍼레이션은 마이크로 파이버(일명 초극세사)를 이용한 클리너 제품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작은 벤처기업이면서도 미국 스페인 네덜란드 등에 현지 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수출 물량을 늘려왔다. 이 특수섬유 회사의 올해 목표는 매출액 2백10억원에 경상이익 20억원. 컨설팅 회사인 KMS의 손기태 컨설턴트는 "경기 침체기에 돋보이는 벤처기업들은 대부분 연구개발비를 아끼지 않고 투자해온 것으로 분석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 기업은 경기 회복기에 들어가면 성장 속도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